본격적인 여름이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 일의 능률은 오르지 않고 지치고 짜증스럽기까지 한 당신에게 가뭄에 단비처럼 시원하다 못해 살얼음 동동 뜨는 막걸리 한 사발 건네주려 한다. 한잔 들이키는 순간만큼은 세상시름 다 내려놓아지며,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넉넉한 배포마저 생기게 하는 그곳. “전이랑 탁이랑”(대표 전병기)이다.
화려하게 꾸미진 않았어도 질펀한 삶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막걸리집이야말로 서민들의 애환 속에 추억처럼 친근한 곳이기도 하다. 정왕동 세종플라자 뒤편에 즐비한 음식점사이 유일하게 가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이곳은 가랑비라도 올 것 같은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손님들로 북적인다. 1층은 소박한 막걸리집 그 자체지만, 2층은 카페 같은 분위기 탓에 여성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해물파전이나 모듬전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이기도 하지만 궁합도 잘 맞다. 좀 더 자극적인 안주를 원한다면, 매운 닭발이나 오돌뼈 볶음, 홍어삼합 등도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집의 일등메뉴는 해물파전이나 모듬전, 녹두전 등 전이다. 바지락, 굴, 새우, 등 갖가지 싱싱한 해물들이 실파위에 골고루 뿌려지고 그 위에 계란이 화룡정점처럼 노릇노릇하게 입혀지면 입안에서 어우러져 씹히는 맛이 과연 환상 그 자체다.
전은 따끈할 때 먹어야 제 맛이다. 살얼음 동동 뜨는 고소한 누룽지 막걸리 한 모금을 마시고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톡 쏘는 감칠맛 나는 양념장에 해물파전을 찍어 먹을라치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넓은 대나무 채반에 큼직하게 구워져 나온 해물파전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지더라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 해물파전을 먹고 아쉬움에 모듬전을 다시 주문한다. 호박, 세송이버섯 등 갖가지 야채들로 형형색색 가지런히 나온 모듬전을 받아드는 순간 눈으로 먼저 한번 먹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전들의 맛은 그 다음이다. 너무 먹음직스러워 먹기 아까울 지경이다. 어릴 적 맛보던 어머니의 손맛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전들을 먹으며 진한 막걸리 한사발로 목을 축이다보면, 하루의 피로도 금새 잊어버리고 가슴속에 응어리진 갈등들도 말랑말랑 녹아내린다.
여럿이 모여 한잔 두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 자고나면 오르는 물가이야기,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들 이야기, 힘들어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견뎌내는 아버지들의 푸념들이 씨끌벅적한 건배속에 피어나는 그곳. 비록 우리들 삶이 하루아침에 로또맞은 것처럼 달라지진 않을 지라도 정직한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한 오늘만큼은 값진 하루였다며 서로 위로하는 그곳.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하염없이 지친 누군가에게 오늘 한턱 쏘고 싶다면 주저없이 추천한다. “전이랑 탁이랑”은 그런 곳이다.
문의 / 031-431-8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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