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밤에 포근한 솜이불 같은 엄마이고 싶어요!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11/11/22 [18:42]
주간시흥 기사입력  2011/11/22 [18:42]
쌀쌀한 가을밤에 포근한 솜이불 같은 엄마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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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가을밤에 포근한 솜이불 같은 엄마이고 싶어요!

정 진 영 우수상(생활글)
 
 

▲  우수상 정 진 영
                 © 주간시흥
 
 

일하는 엄마 덕분에 오늘도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홀로 남아있던 여섯 살배기 진하가 “엄마, 어린이집에 다녀왔습니다.” 라며 신발을 벗자마자 통통통 뛰어 내 품에 포옥 안긴다. 여리고 작은 아이의 채취가 손끝에서부터 온 몸으로 전해져 오는 이 느낌이 날 너무나 행복하게 한다.
저녁을 먹이고 설거지하는 동안 아이가 책상에 엎드려서 잠이 들었다.
달게 자는듯 싶어 깨우지 않고 자는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정신없이 빠져든 잠 속에서 마치 즐거운 꿈이라도 꾸는 냥 배냇짓인 냥 입가에 미소를 띤다. 저 미소에 남편과 나는 얼마나 신기해하고 행복했던가.
정신없이 빠져든 잠속에서 마치 즐거운 꿈이라도 꾸는 냥 갑자기 입가에 미소를 띤다.
“오늘도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니? 점심 맛있게 먹었어? 엄마는 오늘 많이 바빴단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진하는 자느라 바쁘다.
예쁜 이마에, 뽀오얀 뺨에, 따뜻한 손에 뽀뽀를 한다. 잠든 아이를 자꾸 만지고 싶어서 등을 쓰다듬고 손을 깨물어 본다.
이 순간이 얼마나 고요하고 행복한지 살짝 소름이 돋는다.
그러고 보니 진하 생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진하 생일은 엄마가 좋아하는 가을 특히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우리 진하,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생일잔치가 기대되지? 한복 곱게 차려입고 머리도 예쁘게 땋아서 가자. 진하가 늘 탐내는 엄마 분홍빛 립스틱도 살짝 발라볼까?”
혼잣말을 하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오늘 오전에 작은방 벽장을 정리하다가 오랜만에 나의 보물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 차곡차곡 챙겨놓았던 두 아이의 배냇저고리와 초음파 사진, 출생신고서 등 아이들과 처음 만남의 기쁨과 설레임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들로 잠시 추억 속에 잠겼다.
참 늦은 나이다. 집에서 애물단지로 눈치깨나 받던 서른다섯 살에 결혼했다. 신혼이란 단어가 왠지 쑥스러운 나이지만 우린 맘껏 신혼을 보냈다.
난 사실 결혼을 하면 아기를 낳지 않고 그냥 부부끼리 행복하게 살다가  하늘이 부르시면 가뿐하게 생을 내려놓고 가면 어떻냐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가정과 육아에 관한 생각이 대부분 부정적이었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잇는 자신감도 없고 주변에서 롤 모델을 보지 못했던 근거에서 였다. 그래서 남편 몰래 피임을 했었고 그 일을 알게 된 남편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고 나중에 그때의 심정을 털어놨다.
그 일 이후 남편은 더욱더 내게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러다가 남편의 한결같은 책임감과 사랑을 피부로 느끼면서 진심으로 우리의 사랑의 결실인 소중한 아기를 낳아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또 아기가 빨리 생기지 않았다. 더구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노산일텐데 점점 불안해지고 초조해져만 가고 주변에선 “아기 소식 있나요?” 란 말을 인사처럼 듣게 되면서 처음에 아기를 원치 않았던 내가 꼭 벌을 받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만2년 반만에 그것도 시월의 마지막 날에 우리 첫 딸 진하가 꿈 같이 내게 왔다. 그 때 내 나이 서른 일곱이었다. 세 살배기 둘째 딸 윤하는 마흔에 얻었다.
책상에 엎드려 깊이 잠든 진하를 안아 따뜻한 방에 누이는데 이번에는 거실 한 쪽 구석에 놓인 빨래 건조대 밑에 작은 녀석이 들어가 잠이 들어 있다. 이렇게 예쁜 아기들을 낳지 않았다면 나는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우리 진하와 윤하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이 행복을 영원히 알지 못한 채로 내 생을 마쳤을 것이다. 이렇게 작은 두 심장을 꼬옥 안으며 느끼는 따뜻함을 절대로 몰랐을 것이다.
“부모의 사랑은 아이들이 더우면 걷어차고, 필요할 땐 언제고 끌어당겨 덮을 수 있는 이불 같아야 한다.” 어디선가 읽은 소설가 박완서님의 말씀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포근한 솜이불 같은 엄마가 되어 주고 싶다.
오늘처럼 이렇게 쌀쌀한 가을밤에 또 훗날 아이들이 자라면서 삶이 잠시 힘들다고 느낄 때 언제든 옆에 있어 포근히 감싸주는 이불이 되고 싶다.
내일 아침에 꼭 친정 엄마께 안부전화를 한 통 드려야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할 거다. 지금 당장 우리 엄마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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