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옷을 손수 만들어 입혀 동네에서 알뜰주부로 소문난 김순영(36세 정왕동)씨는 5살, 3살 딸아이를 둔 두 아이의 엄마다. “별거 아니라 자랑하기도 쑥스러워요”라며 주섬주섬 내놓는 옷들이 모두 손수 만든 것이라니 놀라웠다. 뿐 만 아니라 집안 구석구석 웬만한 용품들은 김씨가 손수 디자인해서 만든 것이란다. 작은 탁자에서 커텐, 매트리스 커버, 소파 커버 등은 물론 두 딸 아이의 자잘한 소품들과 예쁜 옷들, 특히 몇 만원에서 수 십 만원까지 하는 발레 연습복을 만들어 입힌 김씨의 정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이가 크면서 발레 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요, 재료비가 얼마 들지 않을 것 같은데도 연습복이 몇 만원이나 하더라구요. 오래 입지도 못하는데 너무 아까운 생각에 직접 만들어 보자고 시작한 것이 지금처럼 됐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김씨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결혼하기 전까지는 유명한 미술학원의 강사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보니 아이들 밑에 들어가는 소소한 비용들이 만만치 않아 조금 아껴볼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지금은 다른 엄마들의 부러움을 살만큼 알뜰주부로 소문이 나게 된 것.
그러나 알뜰주부의 길은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주로 아이들을 재우고 남는 시간에 재봉틀 작업을 하느라 밤마다 남편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뭔가 만들려고 하면 끝을 내는 성격 탓으로 잠을 줄여가며 작업을 하다 보니 늘 잠이 모자라기도 했다고. 보다 못한 남편이 힘드니까 사서 쓰라고 말해도 엄마가 만들어준 옷들을 입고는 자랑하기 바쁜 예쁜 딸들의 행복한 미소에 그만 힘든 것도 잊었다.
특별히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이렇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고 시도한 것이 때때로 예쁘게 만들어져 아이들이 입고 좋아할 때, 힘들었던 지난밤의 피로가 싹 가시게 된다고.
같은 무용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딸아이의 발레복을 보고는 부러워해서 다른 엄마들로부터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이것저것 가르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학원비가 부담되어서 엄마들끼리 영어나 미술과목을 서로 품앗이 한 경험이 있는 그는“시에서 육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들이 절실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어지길 바란다”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강조했다.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아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취업을 미루고 있다는 김씨는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가 없는 것 같아요”라며 당분간은 집에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혜롭고 알뜰한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들의 미소가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것만 같다.
박경빈기자 thejugan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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