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운영의 모범사례 송운중학교를 가다

“더디게 혹은 천천히 발전해 나가는 모습보며 보람느껴”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11/05/23 [17:19]
주간시흥 기사입력  2011/05/23 [17:19]
특수학급 운영의 모범사례 송운중학교를 가다
“더디게 혹은 천천히 발전해 나가는 모습보며 보람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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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1961년 충남 논산의 강경여고 한 학생이 봉지쌀을 모아 병석에 누워있는 은사를 찾아뵙던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 스승의 날은 1965년 날짜를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바꾸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1973년에는 불법이라며 폐지됐다가 1982년 다시 부활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최근 교총이 전국의 교사 17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5명 중 2명이상(40.1%)이 ‘교권 상실’을 교직 만족도가 떨어지는 첫 번째 이유로 꼽은 것을 보면 말로만 스승의 은혜와 존경을 표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제 간의 존중과 사랑이 뒷받침 되어야 교권이 확립되고 학생들 또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진리 속에 단 하루만이라도 스승의 날이 제정된 의미를 되새겨 본다. 아직도 교육일선에서 스승의 본분을 다하는 훌륭한 교사들은 많다. 이에 주간시흥은 특히 특수학급을 맡아 어려움 가운데 묵묵히 이를 감내하며 교육하는 특수학급 교사들을 만났다. 시흥시 관내에는 유치원(3곳), 초등학교(35곳), 중학교(18곳) 등 총56곳의 학교에 83개 학급이 특수학급으로 운영되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특수학급을 운영하고 있는 송운중학교를 방문했다. 이들 교사들은 더디게 배워나가는 조금 혹은 많이 느린 제자들이 천천히 발전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교권상실이 서글픈 시대에 진정한 교사의 참모습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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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에서
교정에 꽃들이 만발한 눈부신 5월. 송운중학교 특수학급을 찾아갔다. 미리 연락을 하고 방문했지만 약간의 긴장감으로 공동체학급의 문을 열었다. 교실에는 5명의 학생들이 조용히 구슬을 꿰고 있다. 낯선 이의 방문에도 그다지 놀라거나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이들은 모두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특수학생들이다. 겉보기엔 여느 중학생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잠시 후 학생들의 행동이 통제가 안 되는 것을 알아차렸다.

구슬을 꿰다말고 갑자기 일어서서 교실을 오가는 아이. 똑같은 말을 여러 번씩 하고 있는 아이. 아예 그 누구와도 대화가 되지 않는 아이 등 다양한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한자리에 앉아 각각 다른 모습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송운중학교(교장 변남석)는 시흥시 관내 특수학급 가운데 가장 많은 3개 학급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모범적인 운영을 보여 인근에서 특수학급생이 이사를 올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송운중학교 특수학급의 교사는 모두 6명으로 정교사와 특수교육보조교사로 구성되어 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무학년 수업으로 수준별 학습을 진행하며, 수업형태는 일반적인 기초수업으로 국어, 수학, 사회과 수업과 취업을 목표로 자립을 위한 기초수업, 신체능력 단련을 위한 체육수업, 미술, 음악, 컴퓨터 외에 월1회 현장학습으로 등산, 도예, 요리, 직업위탁수업 등이 실시되고 있다.

정신연령이 5세 혹은 6세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 특수학급의 수업 진행은 교사들이 많은 인내를 감내해야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특수학교 근무와 특수학급 운영을 10여 년 간 해온 문소영(특수협의회 회장)교사는 “2008년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 교육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인식부족으로 일반 동료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편견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현재는 특수학급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변화로 당당히 학급원으로 인정받는 안정적인 분위기로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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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타기
특수학급의 학생들은 대부분 등·하교를 부모들이 동행한다. 학교에서는 이들이 성장해서 스스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버스타기다. 버스카드를 찍고, 자신이 내려야 하는 곳에서 정확히 내릴 수 있고, 그곳 근처에서 일정한 교육프로그램을 받은 뒤 다시 되돌아오는 교육을 통해 스스로 능력을 키워간다. 2008년 겨울. 방학을 이용해 버스타기 훈련을 하던 두 명의 학생들이 내렸던 곳에서 버스를 타는 바람에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일이 발생했다.

둘이 짝을 이뤄 목적지에 도착했다가 일정한 교육을 받고 다시 길을 건너 왔던 곳으로 되돌아와야 하는 상황에서 두 학생은 미처 길을 건널 생각을 못하고 내린 곳에서 다시 버스를 탔다. 돌아오지 않는 학생을 기다리느라 교사들은 애를 태웠고, 부모들로부터 쏟아지는 원성을 감당해야 했다. 결국 학생들의 다른점(?)을 눈치 챈 운전사의 기지로 아이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아찔했던 순간이었다고 문  교사는 회상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버스타기 훈련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3년 동안 버스타기 훈련을 받은 학생들은 졸업할 무렵에는 웬만한 곳은 혼자서도 다녀올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늘 동행해야만 하는 가능했던 외출을 혼자서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학부모들은 기적이라고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진행되고 있는 방과 후 수업 또한 학부모들에게는 반가운 수업이 아닐수 없다. 하교 후에 마땅히 갈 곳도, 할 일도 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특수교사들이 신체적 기능 향상을 도우는 특수체육이나 요리 등을 통해 부분적이나마 더디고 서툰것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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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서기
문 교사는 말한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모두 12년 동안 차근차근 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교육시스템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절실하다고.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관공서의 사무보조나 청소 등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교실 안에서 하는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적어도 지역사회와 연계된 체계적인 교육이 마련된다면 개별특성에 맞는 직무분석을 통해 적성에 맞춘 일자리 배치가 개발되고 확대되기 위해서는 어른들과 사회가 관심을 갖고 도와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령기에는 시화공단 등 산업체와의 정기적인 교류로 직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고등학교부터는 산학협력이 이뤄져 체계적인 실습이 선행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면 성인이 되어서는 복지관 주간보호센터나 집에 있지 않고, 당당히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문 교사의 희망이다.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계획이란다. 어느 날 취업된 아이들이 연락되어 올 때, 학부모들이 진심으로 인정해 줄 때, 오래된 졸업생의 부모가 잊지 않고 감사의 편지를 보내올 때, 특히 아이들이 말을 잘 알아들으며 천천히 변화해 갈 때, 그는 감격과 보람을 함께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시흥시민 모두가 이 아이들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조금 낯설고, 부족한 아이들을 발견했을 때,  너 어디 가니? 라고 한마디만 건네 달라” 고 그러면 이들은 자신이 어디를 가는지 인지할 수 있고 만약의 경우 발생할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고, 이들도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한 미래의 청소년들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다.

때로 힘든 순간이 많았을 텐데 “저는 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라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스승의 참 모습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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