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의 대책 없는 기름 값 인하정책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7일 0시를 기점으로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ℓ당 100원 내린다고 발표한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오일 등 정유사가 운영하는 주유소를 방문했지만 대부분이 전날 판매가격과 변동이 없는데다 특정카드가 있어야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운전자 윤모(43·정왕동)씨는 “기름 값이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을 기다렸다가 왔는데 가격이 그대로여서 황당했다”며 “올릴 때는 신속하게 올리더니 내릴 때는 늦장을 부리고 있는 게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휘발유와 경유가격 인하가 시행된 첫날 아침 각 정유사의 주유소 앞에는 인하된 기름을 넣으려는 운전자들로 길게 줄이 늘어져 있었으나 기름 값이 인하되지 않은 사실을 안 운전자들은 서둘러 차를 돌렸다.
SK주유소의 경우에는 판매가격 할인이 아니라 SK카드, OK캐시백카드 등을 통해 월말에 돌려주는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들은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현재 시흥지역 주유소들은 대부분 ℓ당 40~60원 가량의 판매이익을 붙여 기름을 판매하고 있어 정유사의 발표대로 100원을 할인하게 되면 ℓ당 40~50원씩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공식적인 발표와 달리 기름 값 인하가 시행되지 않음을 지적한 소비자에게 정왕동의 모 주유소 사장은 “현재 주유소별로 보유한 기름들은 4월 국제유가가 오를 당시가격으로 사들인 것이라 재고가 소진될 때 까지는 기름 값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치솟는 물가에 한가닥 희망을 주었던 기름 값 인하는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박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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