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공간에 주인의 부지런함이 느껴진다. 깜깜한 밤이 시작되면 낮 동안 진열대에 얌전하던 주인공들이 사뿐히 내려앉으며 그들만의 특별한 꿈의 세계가 펼쳐진다. 한땀 한땀 손으로 바느질한 예쁜 옷을 입고 단춧구멍 같은 눈, 오뚝한 코, 삼등신의 오동통통한 캐릭터인형들이 ‘후’ 숨 한번 내 뱉고 공방 안을 가득 채울 것 같다. 공방 안을 가득채운 다양한 캐릭터들을 따라 만화세상으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마법의 공간.
주근깨투성이 ‘빨간머리 앤’은 초록지붕의 집에서 산다. 그래서 ‘초록지붕의 앤’이다. 정왕동의 중심상가에서 살짝 벗어난 3층 건물에 자리 잡은 지 7년이 다되어간다.
“‘빨간머리 앤’에 대한 추억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많이들 좋아해주십니다.” ‘초록지붕의 앤’ 의 대장 김영애 공방장이다.
중, 고등학교시절 레이스 뜨기 수업시간이 제일 좋았단다. 결혼을 하고 첫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뭔가가 하고 싶어졌다. 관심 많았던 헝겊으로 만드는 인형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한번 빠지면 깊이 파고들어 끝장을 보는 성격 탓에 지방까지 다니면서 인형관련 자격증을 두로 섭렵하면서 인형작가로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한 작품들이 더 이상 둘 곳이 없어 공방을 따로 마련한 것이 ‘초록지붕의 앤’의 시작이다.
가죽에 그림을 그리다.
‘초록지붕의 앤’은 가죽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문화발전소 ‘창공’에서 생활문화교육 프로그램으로 상반기 3월~5월까지 진행된 가죽공예는 일찌감치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틈틈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예가들이 함께 하는 ‘아트프리마켓’에도 참여한다.
공예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가죽공예가 요즈음 김영애 공방장의 주된 관심사다. 버닝화(인두화)를 체계적으로 배워 가죽공예에 접목해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한다. 가죽공예 밴드에서 활동하다 입소문이 나 지방에서도 많이들 찾아오고 있다.
“가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아요. 인두기로 전체윤곽을 그리고 음영을 넣고 염색을 하고 채색을 하고 바느질을 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매력이 있어요.”
가죽의 특성상 재료가 많이 들어가 접하기 쉽지 않지만 한 번 빠져들면 중독성이 있어 찾아오는 수강생이나 판매도 꾸준하다. 또 하나의 매력은 실생활에 많이 사용하고 품질도 우수해 기존 공예품과는 달리 실용성으로 그만이다.
가죽공예는 의외로 기계로 하는 작업이 많다. 가죽의 재질과 두께도 모두 달라 작업 할 때마다 틀을 만들어 기계로 눌러 가죽을 자른다. 가죽이 살색으로 되어 있어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해서는 가죽염료로 손에 찍어 하나하나씩 작업을 한다. 그래서 시간도 정성도 많이 들어간다.
“공예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것을 볼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느낌을 살려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느낌대로 자유롭게 잘 표현하면 가죽공예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는 것이 영애씨의 전언이다.
공방을 필요로 하는 동아리 모임들의 공간 제공
“원래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해요.”오래 하다 보니 표현하는 것이 느는 것 같다고 겸손의 말을 전한다. 뭔가 하는 것을 좋아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영애씨는 작업실에 일하러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것이 즐거워 나온다. 자꾸 반복해 보면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철학이다. 오랜 기간 활동해온 그녀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8월에는 청주에서, 10월은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올 초에는 한국전통문화 예술진흥협회 인두화 부분 우수상을 수상했다. 기존 작품들과는 반대로 인두로 전체를 다 태우고 칼로 긁어내 작품을 출품했는데 심사위원들로부터 독창적인 부분이 돋보여 수상을 했다.
지금은 만화를 전공한 큰딸이 공방에서 함께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든든한 동지로 큰 의지가 된다.
현재 ‘초록지붕의 앤’ 공방은 공방을 필요로 하는 동아리 모임들의 소중한 모임공간으로 제공을 하고 있다. 시흥시 공간공유플랫폼으로 지역주민 누구나 미리 예약을 통해 조율하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나누기 좋아하고 함께하기 좋아해서 먼저 전화를 걸어 신청을 했다.
매년 꾸준히 국선에 작품을 출품하고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지역안의 공예예술가 영애씨의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