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에 들어 우연히 활을 접하게 되었다.
이제 겨우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터질 듯이 세상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여러분! 활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활 쏘러 오십시오!”라고...
옥구공원 국궁장에서 활을 배우고 나면서 너무도 신기한 것이 있다.
5천여 평의 넓디 넓은 부지와 대궐 같은 기와집에 회원 수는 고작 30여명이라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동안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 또한 신기할 정도이다.
동양 삼국을 대표하는 무기가 중국은 창, 일본은 칼, 한국은 활로서 민족의 혼과 기상이 서린 전통무예로서 길이 보전해야 할 당위성이 있고, 또한 시민, 학생, 외국인들을 위한 국궁체험행사가 자주 열리고, 매년 전국남녀궁도대회도 성대하게 열리곤 하지만,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 번 국궁을 접한 사람들은 노년이 되어서도 평생 활을 놓을 수가 없다.
국궁장에 노년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고, 노년에 즐기기 위해서 젊어서 활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옥구공원 궁도장 시흥정(사두 문기주)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제대로 된 궁도장이다.
그런데 활터에 회원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활터에 노인들이 많이 보이니 게이트볼처럼 노인들이나 하는 운동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주로 낮에 나오시고, 젊은 사람들은 출근 전이나 퇴근 후 들리기 때문에 그리 보이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옥구공원 궁도장 시흥정의 경우 70대 5명, 60대 7명, 4,50대가 21명, 30대 이하가 6명으로, 4,50대 이하가 주축임을 알 수 있다.
둘째는 정보가 부족하다.
도시가 오래되고 역사가 오랜 활터들은 일찍이 지역민들이 참여하고 주위에 전파가 되어 작은 소도시의 활터도 회원 수 100명이 넘는 곳이 많은데 비해 정왕동은 신도시인데다 활터의 역사도 이제 겨우 10년을 넘긴 미약한 상태다.
셋째는 시청의 무관심이다.
이런 큰 시설을 해놓고 시민들이 알아볼 수 있는 그 어떤 표지판 하나도 없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 대목이다. 정왕동에 오래 거주한 사람도 활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활터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넷째는 활터 회원들의 홍보 노력 부족이다.
지금까지 활터를 홍보하기 위해 그 어떤 자체 프로그램도 부족했고, 관에 협조를 얻으려는 노력도 미약했다.
다섯째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어떤 스포츠 보다 활쏘기 비용이 턱없이 저렴하다.
입정비 20만원에 월회비가 3만원이고, 레슨비가 유일하게 없는 훌륭한 스포츠다.
장비도 주로 사용하는 개량궁이 23만원에 화살이 개당 1만원이다.
타 스포츠 장비처럼 좋고 나쁜 것이 없다. 대한궁도협회에서 공인 궁시 값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우연한 인연으로 활을 접하게 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여태껏 왜 몰랐을까”하고 탄식하곤 한다.
언뜻 보아서는 두 다리는 움직이지 않은 채 팔만 놀리니 무슨 운동이 될까 싶겠지만 시위를 놓을 때 조금의 움직임도 없으려면 온 몸의 근육이 팽팽히 긴장하면서도 유연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스포츠 보다 뛰어난 전신 운동이다. 또한 집중력이 길러지고, 멀리 있는 과녁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시력도 좋아진다.
활은 동중구정((動中求靜), 정중구동(靜中求動)의 미학이다.
고요함의 극치 속에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이 내재되어 있다.
고요했던 음의 기운이 폭발적 힘을 지닌 양의 기운으로 바뀌는데, 그 靜의 極을 動의 極으로 온전히 만들어 내는 힘과 기와 마음의 움직임은 정과 동을 넘어 스포츠라기보다는 구도의 길로 삼기에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다시 외친다.
“여러분! 옥구공원 궁도장 시흥정으로 활 배우러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