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찰관의 사연이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일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가는 미흡한 일선경찰의 고충을 대변하고 있다.
심리상담사 이모 씨는 자신이 심리상담을 맡고 있는 문모 경위의 사연을 통해 일선경찰의 고충을 전하면서, 이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현재는 정부세종청사 경비대 안전과에 근무중인 문 경위는, 충남 아산경찰서 배방지구대에 근무하던 지난 7월 25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자리에서 동료를 잃고 그 자신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문 경위와 박 경사는 당시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 있던 남자 1명이 칼로 박 경사의 목을 찌른 후, 문 경위에게도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는 것. 당시 이 남자가 칼을 휘두르며 문 경위에게 달려드는 장면은 현장에 설치되어 있던 CCTV에 찍혔고, 이를 캡처한 사진이 해당지역 언론인 <C뉴스041>에 보도되었다.
공포탄을 발사해도 이 남자는 계속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고 한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쓰러져 있던 동료 박 경사의 허리춤에 차여 있는 권총이 문 경위의 눈에 들어 왔다. 머릿속에 “범인에게 총을 빼앗기면 주위의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이에 문 경위는 한 손으론 칼을 휘두르는 상대를 견제하고, 다른 한 손으론 무전기로 지원 요청을 해가며 권총을 간신히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잘 빠지지 않는 권총을 억지로 빼내다 손에 상처까지 입었다.
시간이 지나도 상대는 난동을 멈추지 않았고,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문 경위는 마침내 실탄을 발사했다. 생애 처음으로 사람에게 총을 쏜 것이다. 난동은 결국 제압되었지만, 동료 박 경사는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지고 말았다. 그는 평소 성실한 근무 태도로 동료들 사이에서 신뢰가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살아 남은 문 경위에게도 끔찍한 고통이 이어졌다. 눈 앞에서 동료가 칼에 찔리는 광경을 목격하고, 쓰러진 동료를 돌볼 겨를도 없이 그 자신도 아찔한 순간을 겪은데다, 사람에게 총을 쏠 수 밖에 없었던 그는 슬픔과 공포와 자책감이 뒤섞인 충격으로 현재도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문 경위의 부인 강모 씨는 사고 이후 서울의 경찰병원에 입원한 남편의 간병을 위해 다니던 직장에 무급휴가를 내야 했다. 문 경위가 낯선 사람을 두려워해 아무나 간병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제적 타격은 물론이고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돌보지 못했다. 강 씨는 “그렇지 않아도 아빠의 심각한 정신적 장애에 많이 놀라 있는 상태의 아이들이 주변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한달 가까운 기간 동안 지방에 남겨져 청소 및 세탁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인스턴트 식품으로 식사를 대신했다”고 전했다.
문 경위를 상담한 이모 상담사는 “이런 피해를 누가 보상해 주느냐?”며 “누가 제 몸 다쳐가며, 목숨 걸고 일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임무에 충실했던 경찰관에게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며 “국민 모두가 일선 경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 ▲ CCTV 캡처 사진. 문 경위(앞쪽)가 칼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남성을 피하고 있다. © 주간시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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