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흥장현 보금자리 주택사업을 추진하면서 장곡동에 위치한 향토 유산인 '노루우물'을 매립하려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시흥시 장곡동 553번지 시흥장현 보금자리지구 예정지에 성토공사가 중단되며 붉은 흙이 드러난 공사현장 사이로 커다란 물웅덩이가 있었다.
공사 시작 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노루우물터 주변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었고, 물 위에는 잡목이나 쓰레기 등 부유물이 잔뜩 떠다녔다. 다만 우물 주변에 있던 난간 끝이 물 위로 작게 드러나 있어 이 아래 '노루우물'이 있음을 알게 했다.
이날 현장을 확인한 장곡동노루우물보존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이경열씨는 "아무리 비가 오지 않아도 노루우물은 한 번도 마른 적이 없었다"며 "물은 계속 올라오는 데 공사 때문에 물길이 막히다 보니 수위가 올라 우물이 잠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루우물은 500여년 전부터 내려 온 시흥지역 대표적인 마을 공동우물이다. 우물 바로 옆 노루 모양을 닮은 바위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노루우물은 1990년대 후반까지 빨래나 김장 등 마을의 대소사가 이뤄졌다고 전한다.
LH측은 노루우물 주변을 공원용지로 설정하고 보존을 약속했다가 올해부터 사업성을 위해 우물을 매립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계획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우물 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지난달 대책위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노루우물 지키기에 나섰으며 현재 시에서도 LH에 공문을 보내 보존을 요구한 상태다.
LH광명시흥사업본부 관계자는 "노루우물이 있는 지점이 계곡 부근이라 주변을 성토하게 되면 경사가 커져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부지의 면적이 줄어들고 안전상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노루우물이 가지고 있는 문화재적 가치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배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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