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공모전 최우수작

그 찬란한 별이 바로 너였음을 !!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12/11/15 [13:39]
주간시흥 기사입력  2012/11/15 [13:39]
육아일기 공모전 최우수작
그 찬란한 별이 바로 너였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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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일기글) 당선자 송 미 희     © 주간시흥
 
1991년 12월 12일
빛고을에 하얀 천사의 첫 나들이!
새벽의 단잠을 깨우는 너는 부지런한 아빠를 닮으려나 보다. 새벽 5시30분에 극심한 진통을 견딜 수 없어서 외할머니와 함께 택시를 타고 산부인과 병원으로 향했다.
 
차창밖에는 지척을 구분하기도 어려울만치 거센 눈보라가 치고 있었지. 올해 들어 첫눈이 왔다. 넌 분명 천사처럼 착하고 고운 아기일거라고 생각했다. 오후 세시부터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되고, 그 엄청난 고통의 순간을 어찌 내 가난한 언어로 다 형용할 수 있으리.
 
뼈를 깎고 살을 에이는 듯한 고통도 힘겨웠지만, 이따금씩 통증이 잠깐 쉼표를 찍을 때마다 내 어머니도 이런 고통으로 날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하셨을거라 생각하니 자꾸만 바보처럼 뜨거운 눈물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솟구쳐 올랐다.
 
 이래서 옛 어른들이 부모가 되어봐야만 부모의 심정을 손톱만큼이나 헤아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나보다. 숨이 멎을 듯한 통증을 느끼는 매순간마다 기도했다. “부디 신께서 이 소중한 생명을 제게 허락 하셨사오니 탄생 또한 순조롭게 도와주시옵소서” 오후 7시 10분 최후의 비명소리와 함께 힘차게 세상에 울려 퍼진 너의 첫 울음소리.
 
 “어머니 보세요! 아주 잘생긴 아들이예요” “어디보자~사랑하는 내 아이야! 너였구나! 열 달 내내 태중에서 날 울리고 웃겼던 아이가 바로 너였구나!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아기였구나! 고마워!“ 우린 이렇게 세상 밖에서 첫 만남이 시작되었지.
 
이 부족한 내가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을 탄생시킨 엄마가 되었다는 엄청난 사실이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태명이 짱구였던 넌 정말로 앞 뒷통수가 아주 많이 튀어나와서 또 한번 우리를 웃게 했지. 밤새 지친 몸을 쉬고 다음날 아침 신생아실에서 널 다시 만났지.
 
마치 엄마를 알아보기라도 하듯이 천사 같은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날 바라보는 넌 아빠를 꼭 빼닮은 붕어빵이더구나. 어쩌면 그렇게도 똑 같을 수가 있는지! 네 발목에 부착된 표식에서 엄마의 이름을 확인하면서 나의 가장 소중한 분신임을 알게 되었다.
 
1991년 12월 28일
오직 널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일상의 연속이다. 배냇짓을 하는 너의 고운 미소 안에서 천사의 모습을 본다. 가장 순결하고 고결하며 천진난만한 얼굴, 이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깨끗한 미소, 그 숭고한 미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욕정에 때 묻은 마음까지도 정화됨을 느낀다.
 
너무나도 어여쁘고 소중한 모습에 그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아가야, 사랑해!“ 길가는 어느 누구라도 붙들고 감사하며 자랑하고 싶은 마음뿐. 지극히 차고 넘치는 기쁨으로 하늘을 우러르면 한없는 고마움에 눈물이 난다.
 
그저 바라만 봐도 어여쁘고 소중한 아이. 온 세상을 다 소유한 듯한 평화와 부요함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혹여 잠 속에 빠져들면 꿈길에서 널 만나지 못할까 봐, 초조해지는 마음에 스르르 감겨오는 눈을 번쩍 뜨며 한사코 잠을 밀어낸다.

 
1992년 1월 13일
아침 일찍 널 데리고 병원에 갔다. 코감기가 심하다며 주사를 맞고 약을 조제해주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네가 몸이 불편해서 울 때마다 온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 모든 게 부족한 엄마의 불찰이구나! 좀 더 세심하게 돌보았더라면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텐데.. 사랑하는 내 아기야! 정말 미안하구나! 널 위해 내가 대신 아파해 줄 수 있다면 좋은련마는.. 아가야! 부디 부디 건강하게 자라다오!! 나의 작고 소중한 천사야! 참 잘도 자는구나! 
 
너도 꿈을 꾸겠지? 네 꿈속에는 무엇이 보일까? 밤하늘의 은하수와, 새벽바다의 뽀얀 물안개와, 금빛물결 일렁이는 해넘이를 자랑하는 서해의 저녁바다와 네 고운 얼굴이 환히 비칠 듯한 투명한 이슬방울과, 바람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조각구름.. 우주 밖과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로만 네 꿈길이 장식되고 그 수많은 소중한 것들을 느끼며 사랑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곤히 잠든 네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본다.
 
 

1992년 2월 12일
사랑스럽고 소중한 내 아기야! 오늘은 네가 이 세상과 만난 지 2개월째 되는 날이구나. 지금 넌 내 곁에서 노리개 젖꼭지를 물고 잠을 청하려 하나 배고픔이 채워지지 않은 탓인지?
 
잠투정을 해대느라 살며시 잠이 드는가 싶다가 노리개가 빠지면 마치 새처럼 파닥거리는 네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고 우습고 귀여운지!! 오늘부터는 우유량을 조금 늘려보았다.
 
이젠 감기증상도 조금 누그러지고 오늘은 기분이 참 좋아 보이는구나. 고맙다! 이렇게 씩씩하고 웃는 얼굴로 잘 자라주어서 정말 고맙다!
 

2012년 3월 8일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 고운 꿈길 위에서 살포시 미소 짓는 네 모습에 사랑을 가득 담아 입맞춤을 해본다. 요즘 엄마와 아빠가 네게 들려주는 노래는 “짱구야! 짱구야! 사랑하는 짱구야! 어디에서 왔니? 하늘에서 왔니? 땅에서 왔니? 아이쿠~우리 엄마한테서 왔네요!” 엄마가 개사해서 만든 이 노래를 율동과 함께 불러줄 때마다 까르르 웃는 널 보면서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봄비 내리는 아침. 소중한 너를 안고 창가에 앉아 소리 없이 생명의 대지와 입맞춤하며 내려앉는 봄비를 바라본다. 네가 자라면 너와 함께 비 내리는 거리를 활보하며 마음껏 어깨 저으며 목청껏 노래 부르며 걷고 싶다.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우며 산다는 것은 그 얼마나 명쾌한 울림인지 말해주고 싶다. 살아 숨쉬는 것! 그것은 신의 위대한 선물이며 자연과 우주만물의 복된 진리임을 말해주고 싶다. 너의 힘찬 옹알거림으로 하루를 마감해본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고운 꿈꾸고 편히 잘 자렴.
 

1992년 3월 20일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어느새 네가 세상에 태어난 지 백일이 되었구나. 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네가 너무 고마워 힘껏 안아본다. 네가 너무나 소중한 아들이듯이 이 엄마도 지혜롭고 현명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정말 정말 사랑해!!
 
너를 안고서  비 온 뒤의 투명한 하늘사이로 유리창 가득히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게 쏟아져 내리는 햇살을 보고 있노라니 백일동안 네 덕분에 울고 웃었던 수많은 날들이 영화 속 필름처럼 스쳐지나가는구나.
 
우린 살아가는 동안에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로 삶을 채워갈 수 있을른지! 너와 함께 할 숱한 날들을 그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저녁에 아빠랑 삼촌들이 한바탕 백일기념으로 옴팡 밀어버린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짱구야! 시원하니?“ 라고 놀리는 어른들의 장난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하하하, 후후후, 헤헤헤, 히히히 마냥 자지러지게 웃는 널 보며 모두들 행복해한다. 넌 어떤 느낌일까? 또 어떤 생각을 할까?
 

1992년 4월 26일
낮에 널 업고서 동네 문구점에 들러 종이접기 책자를 사왔다. 집에 와서 색종이로 꽃도 만들고 물고기도 만들어 모발처럼 달아주었더니 나풀거리는 움직임에 무척이나 좋아하는 널 보면서 마냥 신기하고 행복하다. 형형색색의 모빌보다 천진난만한 네 웃음이 너무 이뻐서 깨물어주고 싶을 만치 사랑스럽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주어 정말 고맙다. 사랑하는 아들아!
 

2012년 5월 26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오늘 아침 깜짝 놀랐다. 네 잇몸에서 새하얀 치아가 빼꼼히 돋아나고 있었다. 너무나 신기해서 온통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을 하고 먼 곳에 사는 친척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랑을 해댔다.
 
오늘 넌 또 하나의 기적을 보여주었지. 혼자서 뒤집기에 성공을 하고는 엄마를 한시도 자리를 뜰 수 없게 하려는 듯이 줄기차게 뒤집기를 반복하다가는 이내 체중을 다 이기지 못해서 낑낑거리는 모습마저도 대견하기만 하다. 내내 자랑을 하는 내게 주위 어른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늦게 뒤집는 걸 웬 호들갑이냐고 하시지만 엄마는 그저 대견하고 자랑스러울 뿐이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은 싫다. 너는 오직 하나 한짱구, 너 자신일 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독창적인 자아로 형성된 집단속의 한 개인으로 개성과 ‘너다움’을 지닌 올바른 존재로 성장해가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엄마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만치 큰 기쁨을 선사해 준 너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1992년 7월 24일
한여름 밤이다. 무릎에 곤히 누워 잠든 널 누이고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들의 축제를 즐기며 일기를 쓴다. 엄마가 어린 시절에 섬나라에서는 요즈음 같은 초여름 밤에 마당 한가운데 멍석을 깔고 누워 마른 풀잎을 태우는 것으로 모기를 쫓으며 은하수가 긴 강물처럼 흐르는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나며 촘촘히 박힌 보석들의 숫자를 헤아리곤 했었지.
 
하나, 둘, 셋...열심히 신나게 세어가노라면 사르르 밀려오는 졸음에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별나라의 공주가 되곤 했었지. 머리를 누이면 온 하늘의 잔별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릴 듯하고 별 하나에 소망을, 별 하나에 예쁜 꿈을, 별 하나에 사랑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휘들을 별들에게 이름처럼 붙이곤 했었지.
 
그런 섬 소녀가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해서 1991년 12월 12일에 그 수많은 별들 중에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별 하나가 유성처럼 내게로 날아들었지. 그 찬란한 별이 바로 너였음을.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별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그 빛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멋진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1992년 9월 7일
어느새 가을을 재촉하는 비님의 합창소리가 단잠을 깨우는구나. 시계를 꼴깍 삼켰는지(아빠의 말에 의하면) 아침 5시면 어김없이 온 식구를 깨우는 너의 부지런함에 두 손 들고서 항복! 사랑하는 아들아! 아주 조금만 얌전해졌으면 좋겠다.
 
온종일 엄마를 타고 오르고, 쉴새없이 보채는 널 보면서 힘들어하는 내게 아빠가 한마디 한다. “엄마가 너무 좋아서 그러는 걸 어찌하느냐??“고 ... 그 한마디에 모든 번거로움이 안개처럼 날아가 버린다. 널 사랑해!!
 

1992년 12월 12일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오늘은 드디어 네 첫 생일이구나! 정말 고맙다. 건강하고 이쁘게 잘 자라주어서 한없이 자랑스럽구나. 모든 것이 서툴고 부족해서 제대로 엄마 노릇도 하지 못한 채 일년 내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내 맘대로 널 키운 이 엄마를 마냥 좋아라 하고 따르는 네가 있어서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탓에 매일 뒤뚱거리다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상처투성이인 널 보면서 돌아올 봄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린다. 새 봄이 오면 너와 함께 하고픈 일들이 너무나 많다.
 
고사리 손을 맞잡고 온 산을 물들이는 꽃구경도 가고 볼거리 나눌거리 풍성한 사람구경도 하면서 깨알 같은 네 웃음과 조잘거림으로 더 많이 행복해지겠지! 우리 이렇게 늘 사랑하면서 살자! 만약에 이 세상에 수많은 부모들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조건을 제시하며 아이에게 부모를 선택할 권리를 부여한다면 난 네 엄마로서 자격미달일지도 모르지만, 엄마라고 믿고 따르며 좋아해주는 널 고맙게 생각하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마.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고마운 나의 아들아!!!!
 
 
 

당선 소감

스물두 해 전 하이얀 눈이 내리던 날
세상에 태어난 천사 같은 이 아이가 어느새 성장하여 대한민국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었고, 지난 휴가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마치고 다시 나라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 부모자격증도 없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제 맘대로 아이를 키웠습니다. 아이가 웃으면 온 세상이 내 품안에 있는 듯 행복해하고, 아이가 울면 가엾기도 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아이보다 더 크게 따라 울던 날도 많았습니다.
 
살면서 제게 가장 큰 스승은 아이였습니다. 제 뜻대로만 살고 싶었던 날들에도 아이에게 본이 되어야 했기에 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선택했고, 많은 일들을 해내는 과정 안에서도 아이는 언제나 제 편에 서서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아이가 성장하여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어 성장해가는 중에,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엄마는 전국을 누비며 부모자격증을 전하는 부모교육 강사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잘 키웠던 경험보다 잘 키워내지 못한 수많은 시행착오가 화두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제 품안에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웃으면 따라 웃던 엄마가 아니라, 엄마가 웃으면 아이가 따라 웃을 수 있는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훗날 아이의 인생에 아름다운 의미로 기억되는 지혜로운 엄마가 될 수 있도록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이 육아일기를 세상 밖으로 조심스럽게 펼쳐본 소박한 일기장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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