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우체부 정용복 씨는

情을 배달하고 싶은 집배원입니다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12/03/07 [18:17]
주간시흥 기사입력  2012/03/07 [18:17]
새내기 우체부 정용복 씨는
情을 배달하고 싶은 집배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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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특채로 시흥우체국으로 발령받은 정용복(35) 집배원. 그는 아직도 오토바이 적재함에 우편물을 가득 싣고 우체국을 나설 때마다 두근두근 설레는 새내기 집배원이다. 입사한 지 겨우 4개월 차 밖에 되지 않는 그에게도 나름 집배원으로서의 꿈이 있다.

그의 소박한 꿈은 과연 무엇일까. 그의 꿈 이야기는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집배원이 되려고 공부할 때만해도 이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응시해 떨어진 그에게 세 번째 도전은 비장한 각오가 아닐 수 없었다.

“될 때까지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떨어진 이유를 깨닫고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습니다. 제대로 집배원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진화시킨 셈이죠.” 그리고 그는 세 번 만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 때 그 기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어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는 입사 후 2주간 전임자로부터 구역을 위임받아 업무파악에 들어갔다. 그가 맡은 구역은 아파트 단지 4곳과 관공서, 학교 등으로 하루 평균 2,000통~2,500여 통의 편지와 150통 정도의 등기우편, 30~40개의 소포를 배달한다.

이 배달작업에는 동선을 염두 해 두고 효율적인 접근성을 위해 상당히 치밀한 우편작업과 적재함에 순서대로 넣는 노하우가 필요했다. 전임자와 함께 업무를 익히고 드디어 혼자 배달을 나간 첫날을 그는 잊을 수 없다. 오토바이 적재함에 우편물을 순서대로 즉, 먼저 배달할 곳을 제일 나중에 넣어 위에 오도록 해야 하는데 그만 반대로 싣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관할 구역에 도착해서 막상 우편물을 꺼내보니 순서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고, 순간 그는 당황했다. 그는 일단 모든 우편물을 쏟고 다시 담았다. 그러느라 시간은 지체되고 등기를 기다리던 고객에게서는 전화가 빗발쳤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머릿속은 하얗게 되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는 전임자에게 전화했다.

“늦어도 좋고, 오늘 다 못해도 좋으니까 안전하고 정확하고 침착하게”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진도를 나갔다. 평소 같으면 오후2시~3시 정도면 우체국에 돌아와 다음날 나갈 우편물을 정리할 시간인데 그날 그는 오후 7시가 되서야 우체국으로 돌아왔다. “날은 어둑어둑하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울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우체국으로 돌아온 그를 동료들은 “고생했다, 처음엔 다 그런 거야”라며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그날이후 그는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날 일을 계기로 심기일전해서 요령을 더 빨리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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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과 이번 명절에 쏟아지는 우편물들은 평소 물량의 10배에 달했다. 자고일어나면 산더미 같은 우편물과 소포들이 한 달 가까이 눈앞에서 생겼다가 사라졌다. 꿈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배달하고 또 배달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 탓에 손은 시려오고, 달리는 오토바이에 부딪히는 바람은 뼈와 살을 파고드는 것 같다. “추운데 고생 한다”며 건네주는 따뜻한 캔 커피에 하루의 피로를 잊기도 하고, “안녕하세요? 우체부 아저씨!”하는 아이들의 인사에는 절로 미소도 지어진다.

힘들어도 건네주는 편지나 소포를 받고 반가워하는 이들을 보면서 보람도 느낀다. 자주 얼굴을 대하는 아파트 경비, 슈퍼나 세탁소, 동네주민들은 이제 제법 친하게 느껴지는지 자기 집 아들 대하듯 한다.

그는 이제 제법 집배원답다. 작년 연말엔 근무성적이 좋아 모범집배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따뜻한 마음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고 싶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사라져가는 손 편지도 많아지고, 情도 듬뿍 전할 수 있다면 평생 동안 이일을 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는다.

멀리서 그의 빨간 오토바이가 달려온다. 오늘은 또 얼마나 기쁜 소식을 사람들에게 전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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