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산업단지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없어서는 안 될 것 중의 하나가 공구의 제공과 A/S다.
기계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윤활유가 있어야 하듯이 기계를 연마하거나 원자재를 절단해야 하는 작업에 꼭 필요한 공구들이 모두 (주)공구도우미(대표 안기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동공구에 관한한 유통 상가에서 가히 독보적이다.
안기호씨(46)는 89년 (주) 계양전동공구에 입사해서 10여 년간을 영업A/S파트에서 일 해왔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사람사귀기를 좋아하다보니 업계에선 나름 인정도 받게 되었고, 일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가게를 가지고 싶다던 막연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2000년 6월 시화유통상가에 가게를 차렸다.
서른일곱. 패기 충만하던 그는 속된말로 두 주먹 불끈 쥐고 맨땅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처음 그가 시작했던 도매업은 공구상에 물품을 납품하는 형태였다. 자신의 가게를 가진 것 만으로도 신이 나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밤낮없이 일해서 다른 지역에 지점도 냈다. 그러나 매일 매일 새로운 힘이 솟아오르듯 거침없던 그의 질주는 2005년에 첫 위기를 맞는다.
도매업의 마진은 적은 반면, 지출되는 인건비와 경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것이 원인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밟으면 밟을수록 더욱 푸르게 일어서는 보리처럼 어려움 앞에 당당하게 마주섰다.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 할 어려움이라 여기고, 과감하게 잘나가던 지점들을 정리했다. 그런데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도처에 있었다.
2008년부터 경기 침체의 직격탄으로 시화공단의 이주율은 늘어만 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두 번째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물건을 사올 때는 현금으로 지불하고 납품한 물품대금을 회수하는 데는 최하60일 이상이 걸렸다. 이런 구조적인 불합리는 점차 자금압박으로 되돌아 왔고, 그는 선택의 귀로에 섰다.
년 매출 3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달성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만약 생각대로만 된다면 이렇게 돈을 벌어 맞벌이 부부들에게 무료 어린이집을 지어주고 싶던 그의 꿈도 있었는데, 여기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만은 없었다. 그는 생각을 바꿨다.
아직 희망이 있다고.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보다 많은 거래처가 있고, 창고에 쌓아놓은 공구들은 언제라도 출고될 준비가 되어있으니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라고 자신을 독려했다.
처절한 생존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발한 전략이 있든지,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이 있든지 둘 중 하나다.
그는 둘 다를 선택했다. 직원 수를 대폭 줄이고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불필요한 경비는 삭감했다. 디지털시대에 맞춰 온라인판매도 감행했다.
이번 주면 지역 유통 상가에서는 유일하게 ERP시스템을 도입해 온·오프라인 동시에 바코드 판매를 실시한다. 8만5천 가지 공구들이 그의 쇼핑몰 www.09119.net을 통해 전국으로 배달될 예정이다.
아마도 그가 만든 대한민국 최고의 공구 쇼핑몰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주어진 환경만 탓하지 않고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낸 그의 저력에서 역동하는 시흥의 젊은 일꾼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시흥시에서 가장 열심히 일할 나이인데, 이러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수록 이것이 기회라고 여기고 더욱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번 천 번 맞는 말이다. 그의 다부진 눈빛에서 뜨거운 용기가 전해져 왔다.
어둠을 이겨내고 희망을 불러오는 용기. 그는 아니 우리는 이모든 역경 속에서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 주요이력
- 현재(주)공구도우미 대표이사
- 크리스토퍼 총동문 수석부회장
- 시화유통상가 협동조합이사
- 영남향우회 사무국장
- 산기대ITP 운영위원
- 민주평등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