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1-1번 마을버스 안에서 목격한 일이다. 하상동에 다다르자 한 무더기의 남학생들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올라 카드를 대거나 현금을 밀어 넣을 때까지 그저 여느 학생들로만 여겼는데.......
요즘의 청소년들은 동리 어른을 뵈도 인사가 없고 공경은커녕 무분별하고 무질서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터라 승객들은 늘 그렇듯이 어느 정도의 소음을 미리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있는 듯 조용하고 차분하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비속어를 사용해 학생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언행을 하지 않았다. 차안의 분위기는 여남은 명이나 되는 남학생이 타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역동적 고요를 느끼게 한다.
새터말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차에 오르자 당연한 듯 벌떡 일어나 자리를 내놓는 학생, 포동삼거리를 지나 미산동 입구에서 60초반의 아주머니가 짐을 갖고 올라타자마자 앉아있던 학생이 또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다음 정거장 양우제에서는 노인 한 분이 버스에 오르자, 좌석으로 가까이 오기 전에 미리 일어나 자리를 가리키며 앉으시길 권했다.
마을 어른인 동시에 학부모인 승객들은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이 한주일 동안 공부하느라 지쳐있을 주말이라 자리 양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거,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자리 양보는커녕 노인과 마주치면 시선조차 외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한 두 명이 아닌 여러 아이들이 자리를 내어드리고 서 있기를 자청하는 바람에 승객들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릴 때 얻은 바람직한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의 중요한 덕목인 인성교육을 실천한 버스 안의 ‘시흥고교’ 학생들은 미래의 우리 사회에 주역이 되는 일꾼이 될 것이라고 감히 확언한다.
대중교통 안에서 우연히 목격한 자리양보의 현장을 보고 맑은 생수를 한 잔 들이킨 것처럼 기분이 유쾌해졌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 현종 시의 일부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마을버스 안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문득 떠오른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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