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정성으로 빛나는 법!

닭 한 마리 칼국수의 모든 비법은 정성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09/07/13 [01:14]
주간시흥 기사입력  2009/07/13 [01:14]
음식은 정성으로 빛나는 법!
닭 한 마리 칼국수의 모든 비법은 정성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1     © 주간시흥
맛 집을 소개할 때 우선 그 집만이 가지는 특별한 점이 무엇인가를 늘 생각한다.

맛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다른 곳과 차별되는 또 다른 매력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이란 마치 수많은 모래알 가운데 사금(砂金)을 발견한 기분 같은 것이다. 

대야동. 신천연합병원에서 한전방향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길.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낡은 점포들 사이에 ‘닭한마리&칼국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언 듯 보아서는 여느 음식점과 같이 무난한 분위기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열 평 남짓 되는 자그만 실내가 깔끔하게 놓여있다.

닭을 전문으로 요리하는 집 답게 메뉴는 간단하다. 닭 한 마리를 고스란히 전골 솥에 넣어 가져오는데, 벌써부터 식욕이 동하는 것 같다. 이유인즉 육수의 진한 고소함이 솥이 끓어오름과 동시에 코끝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제 보니 이 육수 한눈에 봐도 보통정성을 들인 게 아니다.

한 국자 떠서 후후 불어 입에 넣으니 캬!~탄성이 절로난다. 이게 진정 닭국물의 정수란 말인가. 이어 먹기 좋게 잘라진 닭 한 토막을 입에 넣어 본다. 쫀득한 속살이 국물과 어우러져 환상이다. 이쯤 되면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국물에 뭘 넣은 걸까.



김현숙(48)사장의 말에 의하면, 집안에서 몇 대 째 내려오는 국물 맛을 내는 비법이 있단다. 그런 비법을 알려주시면 좋으련만 그저 웃으시며 “닭 육수를 내기위해서 꼬박 10시간을 솥에서 고아내는 것”이라는 말씀만 하신다. 비법 같은 것쯤은 몰라도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어느 정도 포만감이 들어서야 제대로 상위를 쳐다보게 되었다. 알맞게 잘 익은 물김치며, 닭의 기름기를 한방에 정리하는 양파절임, 밑반찬들이 모두 옹기그릇에 담겨있다.

그러고 보니 전골 솥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비워진 솥에 육수를 붓고 칼국수를 삶았다. 이미 배가 부른데도 가져다 먹어보니 아니 이건 면발이 장난이 아니게 쫄깃하다. 기계면이 아니라 커다란 홍두깨로 밀어서 하루정도 숙성시킨 손칼국수였다.

땀이 이마와 콧등에 송글송글 맺힌다. 한바탕 땀 흘려 먹은 뜨거운 국물 뒤에 살얼음 동동 떠있는 시원한 식혜를 맛보는 순간 요리의 완성이 후식에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무엇도 아쉬울 것 없고 누구도 부럽지 않은 완벽함. 이건 어디까지나 주인장이 정성들여 육수에서 식혜까지 모두 공들인 음식들이기에 가능한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하나에서 열까지 손수 만든 것으로 모든 상차림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만큼은 철칙으로 여기고 지키고 있었다.  

말하자면, 비록 소박한 곳이긴 해도 음식만큼은 웬만한 고급요리집에 비해 그 무엇도 빠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런 요리를 만드는 주방은 어떨까 살짝 들여다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누가 위생단속을 나온 것도 아닐 터인데 바닥은 반짝반짝하고 모든 식기들은 호텔 주방처럼 일사불란하게 정돈 돼있고 도무지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하여서 눈으로 보고도 신기했다.

솔직히 이런 음식점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박 아닌 대박이라고 해야겠다. 가뜩이나 음식점의 위생상태가 엉망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 배신감이 커가는 현실에 이렇게 깨끗하고 정성들여 손수 만든 음식들을 손님에게 내는 양심 음식점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당연한 것이긴 해도 물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렇게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가격이 비싸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가격마저도 너무 착하다.

닭한마리 전골이 1만2천원, 칼국수를 추가하는데 2천원이면 어른3명 정도는 거뜬히 먹는단다.

믿을 수 있는 먹거리에 가격까지! ‘양심가게’라는 훈장하나 떡하니 대문에 걸어주고 싶은 심정으로 그곳을 떠났다. ‘대야동 속 강남’이라는 소문이 딱 맞다. 대야동 사람들은 좋겠다. 이런 보물 같은 음식점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문의 : 311-0061 

                                                 박경빈기자 thejugan@hanmail.net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간시흥
조정욱 09/07/23 [16:13] 수정 삭제  
  진짜 왠만한 글에 리플 잘 안 다는데 이 글에는 달게 되네요
이 가게 음식 먹으니까 눈물이 다 날 정도로 감동이였는데ㅜㅜ
보시는 분들 꼭 한 번 가보세요 !!!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