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인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에 이틀 전국적으로 비소식이 전해진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 기운이 절기를 실감하게 한다.
어린이 만화영화 ‘검정고무신’ 주인공 기영이가 제일 좋아하던 약인 ‘원기소’를 기억하시나요? 처음 숲해설을 접하면서 누리장나무에 대해 소개받은 말이기도 하다. 잎을 비벼 향을 맡으면 40대 이상 어른들은 대개 그 향을 기억한다.
꽃을 제외한 잎과 가지 등 나무 전체에서 누린내와 같은 역한 냄새가 난다하여 누리장나무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향기를 그렇게 역하게 느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크게 자라지 않고 나무의 지름도 굵지 않기 때문에 나무를 꺾어 땔감이나 말뚝 등으로 활용하였으며, 잎에서 나는 독특한 향은 집안의 벌레를 멀리하게 해 주는 기피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기 등을 쫓는 데에 유용하게 쓰인다고 한다.
꽃잎이 다섯장으로 갈라진 동전크기의 꽃이 흰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무리지어 피는데 수술이 꽃 속에서 유난히 길게 나와 있는 모습이 독특해 다소 먼 거리에서도 눈에 들어온다.
건강하고 번식능력이 있는 자손을 생산하는 능력은 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식물들은 자가수분을 피하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가지고 있다.
누리장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피는 시기를 달리한다. 처음 꽃이 필 때는 수술 4개가 앞으로 쭉 뻗어 꽃가루를 곤충에 묻혀서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수꽃시기이다. 1~2일이 지나면 역할을 마친 수술은 둥글게 말려버린다. 다음은 아래로 쳐져 있던 암술이 앞쪽으로 뻗어 꽃가루를 받는 시기인 암꽃시기가 된다. 수정이 되고 나면 다섯 개의 열매받침의 붉은 빛깔과 안쪽에 맺힌 검은 진주와 같은 열매가 달린다. 그 모습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여인들이 좋아하는 예쁜 브로치를 연상시킨다.
/숲해설사 박미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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