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물가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이상기온과 폭우, 경작지 감소로 폭등했던 배추 값은 잇달아 채소 값의 고공행진을 불러왔고, 구제역의 여파로 한우를 비롯한 돼지고기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13일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상반기에 전기와 가스등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내용의 서민물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여느 해보다 힘들어 보인다. 이러한 때 적은 비용으로 맛있는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가벼워진 주머니에 따뜻함을 넣어볼까 한다. <편집자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돈2500원으로 맛있는 자장면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던 정왕동의 북경大반점은 최근 치솟는 식자재 값을 감당키 어려워 고심 끝에 500원을 인상했다.
웬만하면 원래가격을 꾸준히 고수하고자 했던 의도는 “누구나 부담 없이 따뜻한 한 끼를 배불리 먹게 하고 싶다”는 지희천(46세) 대표의 소망이었다. 그는 16세의 어린나이에 중국집 배달 일을 시작해서 양파만 눈물 나게 까야했던 주방보조를 거쳐 급기야 20대 초반에 주방장이 되었고, 이 일을 시작한 지 딱 10년 만에 총각사장님이 되었다. 그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찬 기억이라고 그는 회상한다.
충남 서천이 고향인 그가 객지에 나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일들은 오늘의 그가 되게 하는데 밑거름이 되었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배고픔이 초심이 되어 고객을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20년 넘게 오직 한길만 바라보며 달려온 지금 그는 고비가 올 때마다 “지금 여기서 무너지면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2006년 북경大반점을 열면서 선보인 저렴한 가격의 자장면과 얼큰한 육해공항아리짬봉은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입소문나기 시작해서 웬만한 사람들은 한 번씩은 먹어볼 만큼 대표메뉴가 됐다. 지금도 이곳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가 바로 이것이다.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여전히 빈자리 없이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주방에서 요리를 전담하는 성락진(46세) 요리사는 이곳이 문을 열 때부터 한결같은 맛을 내는 최고의 주방장이다. 그의 손에서 모든 요리는 제 맛을 찾아 손님상에 오른다. 주방에서일하는 조리장만 해도 7명이나 된다. 그들 모두가 북경大반점의 3대 장점(저렴한 가격, 음식 나오는 속도, 맛)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노련한 솜씨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맛깔난 음식을 손님상에 올리는 것을 최고의 자부심으로 생각할 만큼 숙련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곳의 대표메뉴 외에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메뉴가 있다. 바로 ‘북경특밥’이다.
여러 가지 야채와 오징어, 새우, 해삼 등의 해물이 한데 어울리고 거기에 매운 소스로 마무리한 ‘북경특밥’은 한번 먹으면 다시 찾게 되는 매력을 가진 메뉴다.
면 대신 밥을 찾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메뉴로 사랑받고 있다. 지희천 대표는 소박한 꿈이 있다. 평생을 자장면 만드는 일에 쏟아온 만큼 은퇴 후에도 자장면 봉사를 하며 여러 곳을 다니고 싶다고 한다. 지금도 어디서든 불러만 준다면 쫄깃한 면발에 감칠맛 나는 자장면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한다. 자장면 한 그릇의 행복. 모두에게 그런 추억을 주고 싶은 그의 마음이 따스하게 다가왔다.
박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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