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원래 아주 소심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늘 마음속엔 예쁜 커피전문점 같은 가게하나 차려서 사람들에게 따뜻한 무언가를 나눠주고 싶었어요.” 전업주부13년차. 중2, 초3 아이들의 엄마 최옥진(39)씨. 그녀는 주부의 일상을 과감히 벗고 자신의 꿈을 찾아 용기를 냈다. 도전은 쉽지 않았지만 준비하고 또 노력해 제2의 삶을 시작했다.
‘커피랑’은 아파트가 즐비한 장곡동 신협건물 3층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 상가는 오랫동안 학원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그다지 커피가게가 들어설 입지로는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여건임에도 오히려 그것을 장점으로 승화해 사람들에게 다락방이나 아지트 같은 이미지로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어두운 복도 구석에 밝혀진 불빛을 따라 ‘커피랑’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환한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7평 남짓한 자그마한 공간은 3면이 유리로 되어있고, 주인장이 손수 다리품 팔아 구입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정겹다.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진 실내는 탁 트인 전망으로 나름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사람들이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 진데요. 제가 원하던 것이 바로 그거예요”
가게 문을 열기 하루 전. 그녀는 불안함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커피 하나만은 정말 맛있게 만들려고 이름난 커피전문점을 찾아 배웠고, 인테리어를 위해 수많은 곳을 가보고, 바닥공사부터 집기류 하나하나에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렇게 밤낮없이 뛰어다니다 막상 오픈일이 닥치자 그동안의 고생스러움보다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슴을 눌렀다. 용기와 격려가 필요한 순간에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늘 마음에서 원하던 대로 잘 해내리라고 믿는다”며 남편과 아이들은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그렇게 그녀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아줌마의 힘으로 가게 문을 활짝 열 수 있었다. 이제 한 달. 그동안 실수도 많았고, 조바심도 났었지만 지금 현재는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남편은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고, 아이들은 서로 집안일을 돕고, ‘커피랑’이 생겨서 오히려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도 많아지고, 자신을 위해 책을 읽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제 좀 자신감이 생겨요. 예전에 일을 가진 엄마들을 보면 막연하게 부러워했는데, 이제 저도 나름대로 일을 할 수 있어서 좀 힘들어도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자신의 가게에 와서 사람들이 커피 맛이 맛있다고 할 때,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줄 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이 곳은 저의 삶도 바꿔 놓았지만 이곳에 오는 이들의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오길 바래요.” 라며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소박한 그녀의 꿈속에서 우리도 함께 행복해 질것만 같다.
/ 문의 : 031-317-1840
박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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