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향 물씬 나는 파래 김 위에 싱싱한 물미역을 깔고 그 위에 과메기와 쪽파, 마늘, 매운고추 한쪽씩을 얹어 초장을 듬뿍 발라 돌돌 싸서 입 안에 넣으면 살살 녹는 그 맛이란 먹어본 이들만 안다는 과메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포항 구룡포 바닷가. 해풍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쫄깃쫄깃해진 과메기는 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 함량이 높아 고단백질 식품임에도 성인병 예방에 뛰어날 뿐 만 아니라 피부미용에도 효과만점인 식품이다. 잘 말린 껍질을 벗기지 않은 베진 것으로서 그 꾸득꾸득한 촉감과 씹을수록 고소함이 베어나는 육질에 살살 녹는 느낌이 어우러져 최근엔 겨울철 이 맛을 찾아 현지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
찬바람 부는 지금이 과메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과메기라는 말은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유래한다. '목'을 구룡포 방언으로 '메기'라고 발음하여 관목이 '관메기'로 변하고 다시 ‘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로 굳어졌다. 갓 잡은 청어나 꽁치를 겨울철 바깥에 내다 걸어 밤에는 얼렸다가, 낮에는 녹이는 횟수를 거듭하여 수분 함유량이 40% 정도 되도록 말린 것으로 구룡포의 특산물로 유명해 졌다.
매일새벽 구룡포에서 잘 말린 과메기와 싱싱한 물미역을 공수해서 현지의 맛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구룡포과메기전문점을 운영하는 이규호 대표는“쫀득쫀득한 맛에 한번 반하면 일 년 내 내 겨울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며 11월 중순부터 다음해 2월초까지가 과메기시즌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말에 의하면 요즘엔 간편하게 먹기 위해 배를 가르고 껍질을 벗긴 과메기가 공수되어오지만 사실 과메기의 맛을 제대로 즐기는 데는 옛날 방식으로 통째로 그늘에서 잘 말려진 것이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고 한다. 또 기호에 따라 배추쌈이나 상추, 깻잎 등에 싸먹는 맛도 별미이긴 하지만 현지에서는 생고추장에 찍거나, 김장김치에 싸서 먹는 경우도 흔한데 이 맛 또한 별미라고.
소주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며 과메기의 아스파라긴 성분으로 속이 편안함은 물론이고 갑자기 취하지도 않는다고 해서 송년모임이 잦은 요즘 찾는 이가 많아졌다. 해풍에 잘 말려진 과메기 한 점 속에 싱싱한 겨울바다가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될 즈음부터 진정한 과메기 메니아로 거듭나게 된다는 전설. 확인 들어갔다.
파래 김 위에 물미역과 과메기, 쪽파, 마늘, 매운고추 한 조각. 그리고 초고추장. 입안에 넣는 순간 알았다. 비린 맛이 날거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전혀 비리지 않고 오히려 고소하면서 쫄깃함이 잠시 머무르다 입안에서 눈 녹듯 사라져 없어졌다. 거기에 소주 한잔까지 완벽한 환상의 궁합을 맛본 뒤로 또 한사람의 과메기 메니아로 등극했다. 추운겨울이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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