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주간시흥] 외교부가 지난 31일 30년 지난 외교 기밀문서 1577권을 전면공개했으나 1989년에 발생한 최대 국민적 관심사였던 ‘임수경 무단 방북(訪北) 사건’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보수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1989년 임수경 전 의원의 방북 관련 기밀문서를 모두 공개하라며 외교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한변은 1일 ‘외교부는 임수경 방북과 관련된 모든 기밀문서를 공개하라’는 성명을 내고 이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한변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3조에 의하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1989년 당시 최대 현안이던 ‘임수경 방북’과 관련된 내용이 거의 통째로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임수경 방북 이후 국내 언론 보도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 담긴 외교문서도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외교부 당국자는 비공개 이유로 ‘개인 관련 문서’, ‘89년 이후에도 관련 내용이 있어서’ 등을 들었으나 이는 정보공개법 제9조가 규정하는 ‘정보비공개’의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음이 자명하다”고 꼬집었다.
‘임수경 방북 사건’은 1989년 6월 30일부터 8월 15일까지 당시 한국외대 불어과 학생 임수경씨가 북한을 무단 방문해 당시 남북한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다.
이 사건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일 당시 주도한 사건으로 1989년 외교·안보 관련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북한은 1989년 2월, 7월 1일로 예정된 평양 세계 청년학생축전을 개최하면서 조선학생위원회 명의로 한국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 초청장을 보냈다. 이 초청장은 조선학생위원회, 조선(북한)적십자사, 대한적십자사, 국토통일원(현 통일부)을 거쳐 전대협에 전달됐다. 이에 당시 임종석 전대협 제3기 의장은 '평양축전 참가 준비위원회'를 두어 축전 참가를 준비하면서 임수경의 평양 방문 건을 추진했다.
임수경은 당시 일반적인 베이징 경로가 아닌 ‘서울→도쿄→서베를린→동베를린→모스크바→평양’이라는 특이한 방북 루트를 거쳤다. 당시 해외 공관에서 임수경의 방북 과정과 이를 도운 이들의 행적 등이 파악돼 기밀 문서로 정리됐다면, 이번에 해제될 수 있었다.
임수경 전 의원은 당시 무단으로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해 자유로운 옷차림과 당돌한 언행으로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북한에서는 한 동안 그를 ‘통일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당시 외교부는 임수경 방북 이후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각종 외교 활동을 벌였으며, 일부 활동은 이미 국내 언론 보도 등 다양한 형태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임수경 방북 사건 관련 주요 문서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국민에 알려지지 않은 내용은 물론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 담긴 외교문서도 국민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외교부는 ‘임수경 사건’과 관련해, 일부 해외 친북(親北) 정부 관계자들이 당시 한국 외교관들에 “왜 임수경을 구속했느냐”고 압박하는 상황을 포함한 문서는 공개했다. 북한 외교관이 한국 외교관에게 임수경 구속 건을 문제 제기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외교부는 이번 기밀문서 해제에서 1989년 중대 사건이었던 ‘임수경 방북’ 관련 문서는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외교문서 공개 심의제도가 여러 단계로 되어 있는데 모든 단계에서 비공개 판정이 나왔다”고 답했다. ‘비공개 판정이 나온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알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