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될 수 만 있다면, 나는 선비가 되고 싶다. 끼니야 어찌됐든 관여치 않고 냉수를 한 사발 씩 마셔가며 허기를 때울지라도 시류에 영합하지 아니하고, 청렴하기를 엄동설한 서릿발 같이 하고, 글 깨나 읽고 있음을 중요한 일인 양 가끔 먼 산을 바라보며 시나 한 수 지어보며, 재주가 허락하면 풍류를 즐겨 대금 한 자락 유유히 불어대어 자연과 더불어 스스럼없고, 고고한 인품을 섬기는 이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릴 줄 도 알고, 청빈함을 숙명으로 여기며 오직 곧고 바른 선비로 길 위에 푸른 도포자락 날리며 서 있고 싶다. “박기자! 원고는 넘긴거야? 정신 차리고 빨리 넘겨!” 아이쿠 선비의 품새는 온데간데없고 헐레벌떡 일어나보니 마감시간은 임박하고. 아! 나는 언제나 선비가 되어 볼까나.
/박경빈 기자 thejug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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