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덥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일었다. 그러나 그 녀석은 갈 생각을 않는다.
그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기회는 끊임없이 제공한 셈이다. 잠간 바깥일을 볼라치면 일부러 에어컨도 끄고 작업실문, 현관문을 모두 열어놓고 나갔다. 점심식사로 나갈 때도 그렇게 했다. 비가 올 때는 개구리가 좋아하는 날이라고 하루 종일 열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노력이 허사였다.
‘아주 눌러 살려는 걸까?’
어느 날 녀석과 마주쳤다. 뒷다리가 길쭉해졌는데, 가늘어보였다. 제대로 먹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 파리 같은 곤충이 많아야 하는데 창문 여닫기에 상관없이 촘촘한 방충망이 가로막고 있잖은가?
‘지가 나갈 때 가더라도 굶기지는 말자.’
저녁에 퇴근 전까지 방충망을 열어 놨다. 파리가 제법 드나들었다.
파리채를 들고 사냥을 직접 돕기도 했다. 산 놈을 사냥하는 습성에 맞게 살짝 쳐서 산 채로 수챗구멍 가까이에 놓아 주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기온도 내려갔다.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인 작업실이 자연 속 개구리 서식지보다 좋을 수가 있겠는가. 단단한 바닥에 개구리가 동면하기 좋을만한 틈새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겨울잠을 자야하는 개구리에게 주거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고작 물에 적신 수건을 냉장고 안쪽 구석에 밀어 넣어주는 것뿐이었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고부터 녀석을 보지 못했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 속에서 얼어 죽을 각오를 하고 과감하게 자연으로 되돌아갔는지, 아니면 제대로 동면에 들어간건지 알 길이 없다.
불길한 생각이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또는 가을까지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부족으로 기진해 목숨이 다했는지도 모르겠다. 냉장고 밑 아늑한 곳에서 녀석의 조상들이 그리한 것처럼 편안한 잠에 빠졌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따스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 무렵,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그 녀석과 처음 조우했을 때처럼 또렷또렷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허만 심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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