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에 도움이 안 되는 길고 잦은 회의, 몇 마디 말이면 족한데 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여 만든 보고서, 사장에게 바로 보고해도 되는데 팀장부터 사장까지 여러 단계에 걸친 보고 등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일이 일할 시간을 좀먹고 성과를 가로 막는다. 성과는 안 나는데 직원들은 바쁘고 힘들다고 말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축구의 페널티킥에 대한 연구에서 답을 찾아보자. 페널티킥은 공을 넣어야 하는 키커나 공을 막아야 하는 키퍼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준다. 공을 넣거나 공을 막는 것이 기업으로 치면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어떻게 하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거나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통계가 있음에도 선수들은 통계와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성과가 나는 방식이 있는데 성과가 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키커 입장에서 골을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미하일 바렐리라는 심리학자가 286개의 페널티킥을 분석한 결과 좌우 골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찬 공은 100% 들어갔다. 키퍼가 막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으로 공을 찬 키커는 13%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골은 키퍼가 막기 쉬운 바닥 쪽으로 들어왔다. 왜 키커는 100% 성공할 수 있는 곳으로 차지 않은 것일까? 실축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비난을 듣느니 차라리 키퍼의 선방에 막혔다는 비난이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키퍼 입장에서 골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키커가 공을 찬 방향 빈도는 좌, 우, 중간의 비율이 3분의1씩 균등했다. 키퍼가 중앙에 가만히 서서 중앙으로 오는 공을 막아내면 선방 확률이 33%가 된다. 그런데 키퍼 중 10명 중 9명은 공을 차기도 전에 중앙을 벗어나 좌우로 다이빙을 했다. 무려 94%의 골키퍼가 공이 오기도 전에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다이빙을 했다. 왜 키퍼는 3개 중 1개를 막을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일까? "왜 키퍼가 점프를 안하지? 너무 무성의한 것 아니야?"라는 비난을 듣느니 차라리 키커가 잘 찼다는 비난이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결국 성과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상태에서 비난을 받는다는 두려움이 조금 더 성과를 내는 것 보다 욕을 덜 먹겠다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결과를 보여준다. 기업에서 직원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개선하고 혁신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직원들은 변화보다는 기존에 하던 방식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 이유 또한 실패에 대해 비난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연관이 깊다.
성과를 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영자, 리더, 직원 모두 성과를 내는 가장 타당한 방식을 알고 있다. 바로 도전과 혁신이다. 그런데 알면서도 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오던 관행을 지속하는 것은 실패했을 때 비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비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을까? 도전과 혁신과 같은 큰 성과를 내는 도전을 했을 때 실패를 용인하는 것, 도전과 혁신에 의한 성과에 대해 크게 칭찬하고 보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진호(더밸류즈 대표) / 현대경제연구원 인재개발원 실장을 거쳐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를 지냈다. 현재 더밸류즈 대표이다.100여 곳이 넘는 기업의 조직문화 컨설팅과 자문을 수행한 대한민국 최고의 조직문화전문가이다. 저서로는 <가치관경영>(공저), <왜 그렇게 살았을까>, <일개미의 반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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