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가 회사에서 정치적 입장을 말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사람이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양심의 자유가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을 못 할 것은 없지만 경영자는 참아내야 한다. 경영자는 일개 자연인이 아니라 기업의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는 중요한 입장에선 공인이기 때문이다.
나는 고위공직자, 사정기관, 군 관련 기관에서 공무원을 대상 강의를 한다.공무원 강의를 의뢰 받을 때 담당자들이 꼭 부탁하는 얘기가 정치적인 입장은 얘기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다.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기 때문에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편향된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기업에서 경영자는 '기업 전체를 위한 관리자'이다. 기업에는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구성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영자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가져야 한다. 당위적인 얘기가 아니다. 경영자에게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내가 만난 많은 수의 경영자는 보수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기업에서 간부급이 아닌 대부분의 직원들은 진보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대통령 탄핵 사건을 거치며 젊은 세대 다수의 정치적 입장이 진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부모를 존경하지만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다르다고 말하고 어느 정도 논쟁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경기 악화로 기업 경영이 어렵고 경영계의 정부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가 크다. 경영자 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각종 규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보수나 진보 진영논리를 바탕으로 정치적 입장을 주장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상대방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나의 의견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은 일종의 '정서적 폭력’을 당하는 상태다. '불쾌감'과 '억울함'을 느끼지만 조직에서의 권력관계에 의해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것은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억압당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이런 입장에 있는 직원은 경영자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직원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돌파하기도 어려운 시기다. 괜한 정치적 논쟁을 만들어 직원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경영자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무책임하다.
글.정진호(더밸류즈 대표)
현대경제연구원 인재개발원 실장을 거쳐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를 지냈다. 현재 더밸류즈 대표이다.100여 곳이 넘는 기업의 조직문화 컨설팅과 자문을 수행한 대한민국 최고의 조직문화전문가이다. 저서로는 <가치관경영>(공저), <왜 그렇게 살았을까>, <일개미의 반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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