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는 모든 신경이 곤두선 상황이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병을 얻게 된다. 스트레스 상황을 표현하자면 원시시대에 아무런 무기도 가지지 못한 인간이 숲 속 가까이서 들리는 맹수의 울음소리에 도망치기 위해 잔뜩 긴장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대체 어디서 튀어 나올 줄 모르는 맹수를 경계하며 도망칠 준비를 하면서 온몸의 신경을 어느 방향에서 맹수의 울음이 나는지에 집중한 상태를 말한다. 어느 방향에, 어느 정도 거리에, 어떤 동물이 있는지 알면 전속력으로 도망을 가거나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있지만 모르는 상태에서는 섣부르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직원들이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시간과 평가 압박이 가장 크다. 일반적으로 직원들이 지금 수행하고 있는 업무는 자기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영업 직군에 영업 업무, 관리 직군에 관리 업무, 생산 직군에 생산 업무는 이번 생에 가장 잘 하는 업무다. 사람들은 자기가 잘 하는 업무를 할 때 자신감과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직원들치고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다. 이유는 시간 압박과 평가 압박 때문이다. 여유 있게 자기가 시간을 조절하면서 일하면 즐거울 일이지만, 업무환경에서는 시간제한이 있다. 1시간 안에, 오늘 안에, 이번 주 안에 같은 시간제한이 있다. 기한을 정하면 목표의식이 생겨 좋다고도 하지만 상사가 기대하거나 정한 기한을 맞추려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평가도 마찬가지다. 남과 비교하거나 비교당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면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하지만 기업에서 벌어지는 일은 반드시 성과와 연계하고 잘 했는지 못했는지를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평가하게 된다. 결국 직원들이 받는 업무 스트레스는 궁극적으로 시간과 평가에 의해 생긴다.
성과를 통해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시간 압박을 주고 평가를 통해 비교하는 방식이 성과창출에 가장 좋은 방법인가 하는 점이다. 요즘 많은 기업이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있는 추세다. 직원에게 압박감과 직원 간에 불필요한 경쟁심만 부추길 뿐 성과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세계적인 기업이 상대평가를 폐지하였고 글로벌기업 전반적인 추세가 그렇다. 시간 압박도 마찬가지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직원들의 폭발적 몰입을 일으키는데 엄격한 시간 압박과 통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글, IBM 등 선도적인 글로벌기업은 자율을 확대하고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휴게실을 확대하고 안마사를 두고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회사들이 많다. 일에서 생긴 스트레스라면 일에서 생기지 않게 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자율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직원들이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글.정진호(더밸류즈 대표)
현대경제연구원 인재개발원 실장을 거쳐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를 지냈다. 현재 더밸류즈 대표이다.100여 곳이 넘는 기업의 조직문화 컨설팅과 자문을 수행한 대한민국 최고의 조직문화전문가이다. 저서로는 <가치관경영>(공저), <왜 그렇게 살았을까>, <일개미의 반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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