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의 사람 사는 이야기>
당신의 통장 잔고는?
“당신 은행 잔고는 얼마나 되십니까?”
지출이 적은 대신 몇 십년간 쓸 만큼 잔고가 넉넉하다면 이건 별 문제될 게 없다.
수입이 지출과 얼추 비슷하다면 어떨까? 글쎄, 이런 상황도 그리 비관적이지는 않다.
그렇다면, 다음 속담을 살펴보자.
“곶감 빼먹듯 한다.”
이 속담처럼 되어있거나 되어간다면, 이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어쩌면 매우 심각한 처지에 놓여있다고 볼 수도 있다. 곶감꼬지에서 하나씩 곶감을 빼먹는다면 언제가 되던 빈 꼬지만 남는 건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당신 생애의 잔고는 얼마나 되십니까?”
이 말은 내가 평소 존경하는 ‘관봉’이란 분의 물음을 인용했다.
나는 이따금 ‘내 잔고는 얼마나 될까?’라는 자문을 하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다가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다만 언제 떠나는지 모르고 있을 뿐 이다. 이 진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태어나는 모든 생물체에 적용된다.
어릴 적 읽었던 우화가 생각난다. 마치 스핑크스의 질문, ‘목소리는 하난데, 네발, 두발, 세발인 것은?’ 과 비슷한 이야기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 속에는 커다란 검은 뱀이 송곳 같은 이를 들어 낸 채 먹이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우물 밖에는 서있는 꿀을 만드는 나무가 우물 속으로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한편 우물로 갈라진 곳에는 검은 쥐와 흰쥐가 번가라 가지를 쏠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생명체들은 이 사실을 잊은 채 나뭇가지에 매달려 달콤한 꿀을 빨아먹고 있다.
과연 이 생명체는 누구일까?
새해가 시작되면 1 년 동안 무엇을 할지 모두 분주하다. 계획대로 차근차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용두사미(龍頭蛇尾) 격으로 당찬 계획이 흐지부지 되는 사람도 제법 된다.
이순신 장군은 ‘아직도 신에게 13척이 있나이다.’라고 했다. 3월이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10달이란 시간이 우리에게 남아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계획대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적당한 시기일 수도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사람이나 고통을 양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나 시간은 똑같이 흘러간다.
“당신 생애의 잔고는 얼마나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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