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곁을 지킨 화석식물 은행나무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17/12/01 [15:15]
주간시흥 기사입력  2017/12/01 [15:15]
우리곁을 지킨 화석식물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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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 가로수 길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기억사이로 발을 떼면 아차차 신발 걱정에 바로 한걸음 뒤로 후퇴. 은행잎 사이로 떨어진 은행이 발걸음에 밟히고 으깨져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약 2~3억 년 전의 화석식물인 은행나무가 지금까지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인이 아닐까? 열매는 익으면 육질의 외피에 포함된 헵탄산(Heptanoic acid) 때문에 심한 악취가 나고, 그 외에 긴코릭산(Ginkgolic acid) 등이 들어 있어서 피부염을 일으키므로 사람 이외에 새나 다른 동물들은 안에 든 씨를 발라먹을 엄두도 못 낸다. 씨앗을 먼 곳까지 보내는 것을 포기한 대신에 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을 원천봉쇄한 셈이다.

은행잎은 태어날 당시는 지금과 같은 잎 모양이 아니고, 손바닥을 펼친 것처럼 여러 개로 갈라져 있었다. 차츰 진화가 되면서 갈라진 잎들이 합쳐져 오늘날의 부채꼴 모양을 갖추게 된 것이다. 잎이 넓적한 모양새로 보아서는 넓은잎나무에 속하는 것이 옳을 것으로 보나 은행나무를 이루고 있는 나무세포의 종류와 모양, 그리고 배열로는 바늘잎나무와 거의 비슷해 바늘잎 나무로 분류한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다른 나무로 암나무와 수나무가 마주 보아야만 열매를 맺는다. 진기하게도 수꽃에는 머리와 짧은 수염 같은 꽁지를 가지고 있는 정충이 있다. 그래서 동물의 정충처럼 비록 짧은 거리지만 스스로 움직여서 난자를 찾아갈 수 있는 특별한 나무다.

1980년대 은행잎이 수출 품목이 된 적이 있다. 나무에 올라가 일일이 따서 말린 뒤 무역상에 넘겨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우리 은행잎이 혈약순환에 좋은 ‘징코프라본 글리코시드’ 성분이 탁월하다는 걸 알고 독일 제약회사 쉬바베에서 사 들였다고 한다. 그 후 우리나라도 SK케미칼에서 혈액순환제 ‘기넥신’ 개발에 성공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한 잎사귀 유전자(DNA)를 분석하면 묘목까지 암수 감별이 가능하다니 은행나무의 암나무가 조만간 가로수에서 퇴출되게 생겼다. 냄새의 진동으로부터 해방되니 고맙긴 한데 왠지 한켠으로는 쓸쓸한 마음이다.

/박미영 숲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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