始人(시흥사람), (1)
주간시흥은 시흥시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어 서로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시민간의 소통의 폭을 넓혀 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始人(시흥사람)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운영 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흥시민들의 깊숙한 삶의 모습이 그려지기를 기대한다.(편집자 주)
소재가 될 인물 추천(주간시흥 031-505-8800)
아침 시간은 왜 그리도 촉박할까?
1분 1초의 여유도 없이 정해진 틀에 맞춰 허겁지겁 집을 나선다.
정왕대로를 뛰다시피 걷는데 이 길과 어울리지 않는, 아니 이 길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나를 붙잡는다.
왕복8차로, 차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긴 택시 행렬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두리번 거려보니 한 택시 안에서 기사가 팬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사이에 잠시 플루트를 불고 있나 보다.
그날 아침의 기억이 너무 선명해 개인택시 쪽에 아는 분을 찾아 물어보니 그쪽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심지어 악기까지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고 한다.
우문환(55.신천동)씨, 오랫동안 택시 운전을 해왔는데 운전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악기 하나를 해보고 싶단 생각에 악기를 찾던 중 동료‘장규철’씨가 갖고 있던 악기를 보고 마음을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나무로 만든 악기라 가볍고 크기가 적당해 차에서 휴대하기도 좋고 왠지 잘 맞겠단 생각에 4년 전 팬 플루트에 입문하게 되었다.
당시엔 악기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고, 악보 보는 법도 모른 채 먼저 시작한 친구의 도움을 받아가며 입술에 굳은살이 박 힐 정도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이제는 제법 듣기 좋은 소리가 나고 있다.
운전하면서 잠깐의 시간만 나도 악기를 잡고 연습하다 보니 승객들의 반응도 좋고 악기를 매개로 많은 얘기도 나눌 수 있어 일하는 것도 더 즐거워졌다고 한다.
최근엔 베다니의 집을 비롯해 고정적인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고, 교회나 일반단체에 친구와 함께 초대되어 듀엣을 하는 등 악기로 인해 즐거운 일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본인의 악기는 직접 만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악기로 자신만의 소리를 내고 있기에 훨씬 더 가치 있는 연주이다.
멋진 공연장에서 마음을 잡고 듣는 연주회도 물론 좋지만, 예기치 않은 곳에서 맑고 청아한 소리로 일상을 찾아오는 소리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열심히 사는 이에게 주는 보너스 같기도 하고, 또 ‘너 너무 열심히 살았어 이제 좀 천천히 가렴’하고 다독이는 소리 같기도 하다.
취미로 시작한 팬 플루트로 인해 인생이 더욱 행복해졌다며 환하게 웃는 우문환씨
그 소리로 인해 행인 한사람이 스스로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연주가 아니었을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공원이나 광장에서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그 소리를 더 자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글.사진 오안나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