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의 우렁각시 선봉장

시흥시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장 이헌세

주간시흥신문 | 기사입력 2008/10/06 [19:01]
주간시흥신문 기사입력  2008/10/06 [19:01]
시흥시의 우렁각시 선봉장
시흥시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장 이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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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흥시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장 이헌세
기나긴 장마에 호우주의보가 발동하고 밤새 거세게 불던 천둥번개를 뒤로하고 새우잠에서 깨어난 아침, 비 온 뒤의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출근하는 길은 오히려 더욱 상쾌하기만 하다. 간밤의 우렁각시의 수고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그랬다. 지역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시흥시에도 우렁각시가 있음을 생각하지 못했다. 벽면을 가득 메운 불법 광고물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려도 그저 무심코 지나쳤다.
 
밤새 내린 눈에 도로가의 눈이 덜 치워져 있으면 시에 전화해 항의할 생각은 했지만, 눈발이 내리기 시작하면 공무원들과 함께 길거리로 나와 내리는 눈을 치우느라 도로를 누비는 사람이 있음을 알지 못했다. 방역하는 차를 따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창문 닫아걸고 고추장 단지 덮을 생각은 했지만 방역차 속에서 아이들 다칠까 조심조심 도로를 누비는 이들이 우리의 이웃임도 알지 못했다. 그저 마을체육대회에서 공짜 밥을 나눠주는 부녀자들의 일을 도와주는 초록 조끼의 남자들이 있다는 것 외에는…….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 제일 먼저 나와서 가장 힘들고 굳은 일을 도맡아 하는 단체이다. ‘사랑의 쌀 나누기’ ‘길거리 벽보제거’ ‘폐자원 수집’ ‘사랑의 집 고쳐주기’ 그리고 ‘수해복구’ 등 마을일에 최우선으로 참여해 봉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봉사의 선봉에서 시흥시 14개동 2백 여 명의 회원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헌세(49)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이 새마을지도자가 된 것은 지금부터 13년 전인 1994년이다. 군 제대 후인 24세 때 아버지를 도와 신천동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1만 여 평의 논에 젊은 농군의 땀을 뿌려 땅을 일구었다. 이 회장은 농사지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86년에 영농후계자로 선정되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농사짓는 아버지의 일을 도와 성실히 농사짓는 모습은 주위 사람들에게 건실한 젊은 일군으로 인정받아 신천동 새마을지도자로 추천을 받게 된다. 영농후계자로서 거짓 없는 땅에 땀을 뿌리고 새마을지도자로 지역을 위한 봉사의 사랑을 키운다. 그렇게 지낸지 10년,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시흥시새마을지도자협의회의 회장이 됐다.

방학이면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지역의 문화유산을 찾아 안내하는 ‘향토순례’를 비롯해 어려운 이웃에게 새로운 거처를 만들어주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 등 시흥의 곳곳에 새마을지도자협의회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평상시에는 각 14개 동으로 흩어져 지역의 행사나 폭우나 폭설에 대비한 재난 방재 그리고 여름이면 보건소에서 지원되는 방역 장비를 들고 지역방재를 한다. 손수 자기 차를 이용해서. 시 단위 사업도 만만찮다. IMF때는 동전 모으기와 ‘사랑의 쌀 모으기’를 했다.
 
각 가정에 숨어 있는 동전을 모으고 가을이면 회원들 집에서 갓 추수한 쌀을 후원 받아 불우이웃돕기를 한다. 매년 농한기가 되면 폐비닐 수거를 나간다. 좁다란 농로를 돌고 돌아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먼지 쌓인 비닐을 수거에 환경오염을 막는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는 3년 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등 손수 집을 수리하기 어렵고 생활 형편이 좋지 않은 가정을 찾아 손수 도배 등의 집안 수리를 해 준다.
 
형광등도 제대로 교체하지 못하는 집에 찾아가 도배며 벽지를 교체해 신혼집 같은 새 집으로 만들어 주었을 때 독거노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감사의 탄성의 하루 동안의 수고로움이 다 잊혀진다는 이 회장은 봉사의 매력이란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얘기한다.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데 한 가정에게 개개인의 삶에 행복을 주고 올 때의 뿌듯함이 봉사의 매력이라고.”

이 회장은 신천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으로 있으면서 청소년 선도협의회와 함께 청소년 선도를 시작했다. 같은 또래의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청소년을 만날 때면 좀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은 인지상정. 마음 붙이기 어려운 가정환경에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며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일대일로 보호관찰을 시작했다. 청소년들의 바른 지도를 해 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러면서 법무부소속의 범죄예방위원회에서 활동도 했다. 청소년들과 만난지도 벌써 10 여 년째 이 회장의 손을 거쳐 간 아이들이 30 여 명에 이른다. 엇나가던 학생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대학에 진학해 가정의 기둥으로 바뀌어 가는 보며 보람에 보람을 느낀다.

만석지기 이 회장이 추수하던 날, 새참 먹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신천동으로 달려갔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가을날, 누렇게 익은 황금들녘이 하나씩 사그라져 간다. 한 줄 한 줄 사그라져 한 포대 한 포대씩 쌓여가는 알곡들 사이로 이 회장이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한다. 지난 10월 20일 수원검찰청장상을 받았단다. 1년간의 수고로움이 황금의 물결이 되어 이 회장의 곳간 속으로 실려 들려가듯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 어린 열정도 하나 둘 열매를 맺어 이 회장의 하늘곳간을 가득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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