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공자 호해는 다릅니다. 공자는 인자하고 독실하며 재물을 가볍게 보고 인재를 무겁게 여깁니다. 마음속으로 사물을 밝게 분별하고 계시면서도 말씀은 겸손하시고 예절을 다하여 선비를 존중할 줄도 알고 진나라의 여러 공자들 중에 이만한 분도 없으니 후사로 내세워볼만하지 않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이사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크게 탄식하기를 “아아!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 홀로 죽을 수도 없고 살수도 없으니 도대체 어디에 이 한목숨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냐!”하며 눈물을 흘리다가 마침내 조고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그리하여 조고와 호해, 이사 이 세 사람에 의해 역사상 유래가 드문 큰 바꿔치기가 꾸며지고 이루어졌다. 이른바 투량환주의 계가 실현된 것이다.
이들은 없는 진시황의 조서를 뒤늦게 만들어내 호해를 먼저 태자로 세우고 맏아들 부소에게는 새로 만든 조서를 보냈다.
“짐은 이제 천하를 순시하며 명산의 여러 신들에게 기도하고 제사를 올려 천수를 늘려보려 한다. 늘 조정과 궁궐을 비워두고 사방을 떠도는 터라 도성에 남은 대신과 변방을 지키는 장수들에게 의지하는바가 크다. 그런데 너 부소는 장군 몽염과 함께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변경에 머문 지가 벌써 여러 해 되었으나 한걸음도 더 나아감이 없었고 많은 군사와 물자를 써 없앴으나 한 치의 공도 세우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도리어 여러 차례 상소를 올려 짐이 하는 일을 비방했으며 그곳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태자의 자리로 돌아 올 수 없음을 밤낮으로 원망하였다. 이는 신하로써 충성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식으로써도 효성스럽지 못한 짓이라 이제 너 부소에게 칼을 내리니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죄하라.
또 장군 몽염은 부소와 더불어 도성밖에 머물면서 그 불충과 불효를 바로잡지 못하고 함께 세월만 허비했으니 그 지모를 알겠노라. 이 또한 신하된 자로 충성스럽지 못함이라 죽음을 명하노니 군대는 부장인 왕리에게 맡기고 어서 명을 따르도록 하라.”
이 소식을 들은 부소는 막강한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몽염과 함께 이들을 처단하고 권력을 잡을 수도 있었으나 자결하고 말아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편집위원장 김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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