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가 저자거리를 지나는데 사람들이 승상 양후가 제나라의 강수를 치려 한다고 떠들썩했다. 이 소리를 들은 장록은 객방에 돌아와 진소양왕에게 편지를 띄워 긴한 일로 만나뵙겠다고 하자 진소양왕은 날을 택해 이궁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소양왕은 신하들을 물린 다음 “선생의 출중한 재질을 더없이 경모하는 바이니 가르침을 내려주신다면 성실히 듣겠습니다.”라고 했다.
“지리적으로 볼 때 과연 어느 나라가 진나라와 같은 훌륭한 천연병풍을 가지고 있습니까? 또 병력을 볼 때 어느 나라가 진나라처럼 많은 병기와 용감한 군사를 가지고 있습니까? 사람을 볼 때 어느 나라가 진나라처럼 법을 지키는 사람이 있습니까?
진나라를 빼놓고 어느 나라가 제후들을 다스리며 중원을 통일할 수 있겠습니까? 허나 아쉽게도 진나라에서는 수 십 년을 노력했으나 아직 큰 성과를 거두자 못했습니다. 그것은 원칙이 없이 한때는 이 제후들과 동맹을 맺고 다른 때는 저 제후들과 싸웠기 때문입니다. 듣자하니 근간에 왕께서 또 재상의 꾐에 빠져 제나라를 치려 하신다지요.”
“그게 무엇이 잘못입니까? “제나라와 진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중간에 또 한나라와 위나라가 있습니다. 군사를 적게 움직이면 제나라에 패할 수도 있고 군사를 많이 움직이면 본국에서 난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설사 제나라를 쳐서 이긴다 해도 제나라를 진나라와 화친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제나라와 초나라하고는 화친하고 가까이에 있는 한나라와 위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멀리 있는 나라들은 우리와 사이가 좋으면 우리가 멀리서 하는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고 대신 가까이 있는 나라를 치게 되면 우리의 기반을 늘릴 수가 있게 됩니다. 그러니 먼 곳을 가까이 하고 가까운 곳을 쳐야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진소양왕은 동감을 표시했고 이때부터 진나라는 한나라와 위나라를 공격목표로 삼았다. 이른바 원교근공책을 쓴 것이다.
/편집위원장 김 용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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