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얼마 후 위군 장수 잠위가 군사들을 이끌고 목우와 유마를 이끌고 군량을 운반해가고 있는데 멀리 군량을 옮겨줄 자기편 군사가 있는 것이 보였다. 양쪽 군사가 합쳐질 무렵 함성이 크게 일며 자기편이라고 믿었던 군사들 좌우에서 촉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잠위가 급히 군사들을 다잡아 싸워보려고 했지만 왕평의 한칼에 목이 떨어지니 졸개들은 그대로 달아나 북원의 저희 진채로 가 곽희에게 군량을 빼앗긴 일을 급히 알렸다.
놀란 곽희가 급히 군사를 몰아 군량을 되찾으러 오니 왕평은 싸우는 체 하며 달아났다. 곽희는 군량을 되찾았으니 쫓아가지 말라며 목우와 유마를 되찾은 것에 만족해했다.
목우와 유마를 가지고 돌아가려고 할 때 갑자기 북소리와 나팔소리가 나며 강유와 위연이 이끄는 촉병이 쏟아져 나오고 왕평도 되돌아와 덤비니 곽희는 당할 길이 없어 군사들과 함께 달아나고 말았다.
북원의 군사들이 싸움에 져서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는 사실을 들은 사마의는 놀라 군사를 이끌고 북원을 구하러 달려가는데 반도 가기 전에 함성이 울리며 촉병들이 뛰쳐나왔다.
사마의가 군사들을 독려하며 싸워보려 했으나 이미 겁을 먹은 군사들은 싸울 의지를 잃었다. 이런 위군을 촉병들이 치고 오자 사마의는 홀몸이 되어 숲속으로 달아났다.
장익은 뒤처져 군사들을 거두고 요화는 앞서서 사마의를 뒤쫓다가 나무 아래에 있는 그를 발견하고 한칼에 베어버릴 요량으로 내리쳤으나 칼은 빗맞아 나무 등걸에 박혔고 그 틈에 사마의는 도망치고 말았다.
진채로 돌아온 사마의는 더욱 괴로웠다. 엄청난 군량을 빼앗긴데다 적지 않은 군사를 잃었고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로웠으니 장졸들을 마주보기가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접전은 피하기로 하고 진채 주위로 도랑을 깊이 파고 흙벽을 높이고 들어앉아 굳게 지킬 뿐 나가 싸우지 않기로 했다.
공명은 사마의가 싸워주지를 않자 오래 머물면서 싸울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하고자 군량을 본국에서 날라 오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둔전법을 쓰기로 하고 인근의 논밭을 거두어 군사들에게 가꾸도록 했다.
사마의가 싸우려 들지 않아도 공명은 별로 초조해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사마의를 끌어내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듯이 끔찍한 매복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고상을 불러 목우와 유마를 몇 십 마리 씩 떼 지어 곡식을 싣고 산길을 오락가락하며 위병이 덤비거든 그대로 빼앗기고 돌아오라는 명을 내렸다.
/편집위원장 김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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