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오과국 임금이 등갑군을 이끌고 촉군에게 덤비자 위연은 병사들을 이끌고 맞아 싸웠다. 촉병들은 활과 쇠뇌를 쏘았으나 놀랍게도 그들의 갑옷을 뚫지 못하고 모조리 퉁겨져 나갔다. 적이 가까이 다가와 칼로 베고 창으로 찔렀지만 도무지 그 갑옷을 뚫을 수가 없었다.
놀라고 겁먹은 촉병들이 갈팡질팡하자 더욱 기세가 오른 만병들이 덮쳐오자 촉군은 이리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만병들이 악착같이 쫓아오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그 바람에 위연은 군사를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화살도 창칼도 들어가지 않는 단단한 갑옷 임에도 오과국 군사들은 그 갑옷을 입을 채 강물을 헤엄쳐 건너는 것이었다. 급히 대채로 돌아온 위연은 자기가 본 놀라운 광경을 모두 애기했다. 듣고 난 공명은 그곳 토박이들을 불러 물으니 그들이 말하기를 “오과국 사람들은 등갑이라는 갑옷을 입는데 쉽게 다치지를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공명은 조운과 위연을 불러 영을 내렸다. “그대들은 진채를 굳게 지키고 결코 가볍게 나가싸우지 말라. 위연은 적군이 강물을 건너 치고 나오면 진채를 버리고 달아나되 보름동안 열다섯 번의 싸움을 져주어라.” 그리고 마대를 불러 영을 내렸다. “그대는 검은 기름칠한 상자가 실린 수레 열대를 끌고 가서 나무줄기 천개를 마련하라.” 이렇게 말한 뒤 마대만 알아듣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다음날 촉병들이 도화나루 북쪽에 진채를 세운다는 말을 듣고 올돌골은 두 장수에게 등갑군을 데리고 촉병을 쳐부수라고 하자 등갑군을 이끌고 도화수를 건넜다. 등갑군을 맞은 위연은 공명이 명한대로 몇 번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쳤다. 하지만 만병들은 매복이 있을까 두려워 돌아가 버렸다.
다음날 위연이 또 진채를 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병들이 강을 건너 공격했지만 위연은 마주 나와 싸우는체하다 도망가 버렸다. 약간 간이 커진 만병들은 이번에는 약 십리 정도 추격하다 돌아왔다. 그 다음날에는 올돌골이 직접 만병을 이끌고 출전했지만 위연은 또다시 한바탕 싸운 뒤 달아나기 시작했다. 촉병들도 갑옥솨 창을 버리면서 도망쳤다. 신이난 올돌골은 촉군을 한참 따라가 보니 또 다른 진채가 있어 위연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올돌골이 등갑군을 이끌고 이곳을 공격하자 위연은 이곳마저 내준 채 도망을 쳤다. 기세가 오른 만병들이 다시 촉군을 뒤쫓자 위연이 뒤돌아서서 대항했다. 하지만 몇 번 싸우지도 않고 또 도망을 쳤다.
그 뒤로 똑같은 일이 계속 벌어졌다. 기세가 오른 만병들은 신이 나서 촉군을 뒤쫓아 갔다. 얼마쯤 가다보니 숲이 무성한곳이 나오자 복병이 있을까 멈추고는 공격을 중지했다. 만병들이 공격해오지 않자 위연이 숲에서 나와 다시 싸움을 걸어 만병들이 덤벼들자 싸우다 말고 도망치자 올돌골은 만병을 이끌고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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