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삶의 세 가지 고통(三苦)

따뜻한 관심만이 절실한 현실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12/02/14 [17:54]
주간시흥 기사입력  2012/02/14 [17:54]
독거노인 삶의 세 가지 고통(三苦)
따뜻한 관심만이 절실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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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전체 노인인구수는 현재 25,539명(2011.8월 기준)이며, 이 가운데 독거노인은 4,463명으로 해마다 노인인구의 증가만큼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노년에 홀로 남겨진 독거노인 대부분은 가난과 외로움, 질병의 三苦(삼고)를 겪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가 될 수 있으며 이들의 삶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뜻한 관심이 너무도 그리운 독거노인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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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성이 되어서 외로운 것도 잊었어” 올해 87세인 박정숙 할머니는 23세에 홀로되어 지금까지 많은 세월을 혼자 살아왔다.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난 박할머니는 23세에 평양으로 시집왔고 이듬해 한국전쟁 중 남편을 잃었다. 1951년 1.4후퇴 때 남한으로 피난 와서 식당일, 공장일 등을 하면서 나름 열심히 살아오긴 했어도 친척도, 형제도 없는 그야말로 혈혈단신으로 삶을 영위해 왔다.

이곳 월곶에 정착한지도 벌써 약 30년 전이다. 농사를 짓는 일이 대부분이었던 이곳에서 할머니는 씨앗, 즉 종자씨를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파는 보따리 장사를 해서 연명했다.

73세 되던 해 여러가지 이유로 그만뒀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집도, 가진 재산도 없었다. 그저 한 몸 살아온 게 전부였다. 집도 없어 이곳저곳 빈집이나 버려진 폐가에서 살다가 소래포구 가까이 컨테이너를 놓고 살았다. 그마져도 어느 해 옮겨 다니다 부서져 버리고 지금은 남의 밭 한구석에 어렵사리 마련한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살고 있다.

숱한 세월동안 살아오면서 남은 것은 외로움과 가난과 안 아픈 곳 없는 육신뿐이다. 동네사람들은 이런 딱한 사정을 가진 박할머니를 오랜 세월 함께 보듬고 살았다. 천성이 부지런한 할머니는 몸이 아프기 전까지는 뭐라도 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세월 따라 늙고 병든 몸은 넘어지거나 부딪히면 부서지고 망가졌다. 얼마 전에도 길을 가다 넘어져 한동안 거동이 어려웠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은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는 시간외에는 혼자 우두커니 방안에서 TV를 보는 일이 전부다. 몇 해 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아 시로부터 지원도 받고, 복지관에서 반찬봉사를 받으며, 요양보호사가 일주일에 한번 방문을 온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연말연시나 명절 때 잠깐 사람들이 다녀갈 뿐. 외로이 홀로 지내는 날들이 더 많다. 가족이 없는 것도 서럽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신이 더 서럽다.

박할머니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재작년. 추운 겨울 보온을 걱정한 마을사람들이 컨테이너 전체를 보온재를 넣은 비닐로 공사를 해주어 외풍은 막았지만, 지난여름 집중호우로 컨테이너에 물이 차올라 한밤중에 발만 동동 구르던 아찔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비가 많이 올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박할머니 컨테이너가 있는 곳은 지대가 낮고 배수구가 넓지 않은데다가 집중호우가 내리면 떠내려 온 쓰레기로 배수구가 쉽게 막힌다.

살아있는 날까지 그래도 살아야겠기에 오늘도 할머니는 새벽밥을 지으며 아침이 오기를 기다린다. 박할머니의 삶에 봄날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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