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장 김용일
제왕 유양은 제나라 군사만으로는 너무 미약함을 느끼고 낭아왕 유택의 협조를 받아 그 휘하의 병력까지 합쳐 마침내 여씨 토벌의 깃발을 높이 들고 각 제후들에게 격문을 보내 여씨 토벌에 호응할 것을 권했다. 제왕 유양이 군사를 일으켰다는 보고를 받은 재상 여산은 관영에게 군사를 주어 제왕을 토벌하게 하였다. 하지만 관영은 명령에 따라 대군을 거느리고 제나라 토벌에 나서기는 했지만 조금도 싸울 마음이 없어 형양에 이르자 제나라 궁중에 밀사를 보냈다. “우리가 서로 싸우면 여씨만 이롭게 할뿐으로 태후를 잃은 여씨들은 몹시 불안해하여 얼마 안 있으면 일을 일으킬 것이오. 그때 우리가 힘을 합해 여씨 토벌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장안으로 쳐들어갑시다. 나는 더 이상 전진하지 않을 것이니 그때까지는 서로 싸우지 맙시다.”라고 전했다. 이래서 제왕 유양은 국경선까지 후퇴했고 관영은 형양에 주둔하여 움직이지 않았다. 한편 여씨 일파들은 서둘러 유씨들을 몰아내고자 하여 회의를 거듭했으나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밖으로는 제나라의 침공이 두렵고 관영군도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안으로 유씨 지지 세력의 움직임도 두려웠다. 중신 가운데 주허후 유장과 태위 주발의 존재가 특히 두려워 그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여씨 토벌의 열쇠는 여록과 여산이 장악하고 있는 군사 지휘권을 어떻게 빼앗느냐에 달려있었다. 장군의 인수가 없으면 군사의 최고책임자인 태위로서도 군사를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당시의 제도였다. 그래서 태위 주발은 여씨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허점을 노려 역기를 여록에게 보내 그를 설득하여 장군의 인수를 빼앗을 계획을 세웠다. 역기는 여록과 친한 친구사이여서 여록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고조와 여후가 함께 천하를 평정하여 유씨는 9명, 여씨는 3명이 왕에 봉해졌습니다. 이는 모두 대신들과 의논하여 결정한 것으로 제후들도 당연한 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태후께서 돌아가셨고 황상께서는 나이가 어린데 당신은 조왕의 인수를 차고 있으면서도 조나라에 가지 않고 상장군으로 대군을 거느리고 궁정에 머물러 있으니 대신과 제후들이 모두 의심하고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의심을 없애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 “당신이 상장군의 인수를 반환하고 군사를 태위에게 넘기십시오. 그리고 양왕 여산에게도 재상의 인수를 반환하게 한 다음 이런 사실을 대신과 제후들에게 알리고 봉국인 조나라로 돌아가는 일입니다. 그러면 제나라 군대는 돌아갈 것이며 당신께서도 마음 편히 지내실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신과 제후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며 일이 늦으면 후회하게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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