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장 김용일
춘추시대 제후국 중에 비교적 작은 나라인 월나라는 일찍이 회계(절강성) 땅에 제후로 봉해진 나라로 20여 대를 거치면서 윤상의 대에 이르러 흩어져 있던 월나라 계통의 부족들을 규합하여 눈부신 성장을 이룬 나라였다. 이웃해 있는 오나라는 월나라가 자신들을 위협할 정도로 세력이 커지자 불안한 마음으로 이들을 지켜보다가 윤상이 죽자 그 기회를 틈타 월나라를 공격했다.
윤상의 아들은 월왕 구천은 그의 아버지 못지않은 인물로 오나라의 공격을 받자 구천은 오나라 진영 앞에 3열의 죄수들로 구성된 자살부대를 투입시켰다. 이 자살부대가 오나라 진영 앞에 이르러 갑자기 제 목을 찔러 자살해버리자 오나라 군대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어리둥절해하며 멍청히 서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월나라 돌격부대가 오나라 진영으로 쳐들어와 오군 진영을 유린하여 대승을 거뒀다. 이 싸움에서 큰 부상을 입은 오왕 합려는 회생이 어렵게 되자 태자 부처를 불러놓고 “너는 구천이 너의 아비를 죽인 일을 잊겠느냐?”하니 “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부처는 맹세했다. 이날 저녁 합려가 죽자 부차가 그 뒤를 이어 오왕으로 등극한 다음 아버지의 한을 풀어야겠다고 맹세하고 그 맹세를 되새기기 위해 밤마다 섶 위에서 자면서 고통을 느낄 때마다 아버지의 한을 상기시키고 또 한편으로는 궁인들에게 명하여 매일같이 “부차여 너는 아버지의 원수를 잊었느냐?”고 외치게 하여 경계심에 채찍질을 했다.
오나라가 이렇게 복수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월왕 구천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가하려고 하자 범려가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월왕 구천은 듣지 않고 오나라를 공격했다가 대패하고 말았다.
오나라가 승세를 몰아 월나라 수도 회계를 포위하자 구천은 더 이상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아 많은 뇌물을 오나라 태제 백비에게 보내 강화를 요청하고 나라를 송두리째 맡긴 다음 굴욕적인 항복을 요청했다.
오왕이 허락할 뜻을 보이자 오자서가 반대했다. 오자서는 이번 기회에 아주 월나라를 삼켜버리자고 진언했으나 월나라로부터 뇌물을 받은 백비의 말을 듣고 강화를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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