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시흥 시민운동 ‘한반위’를 기억하다
배곧은 시흥시가 직접 개발한 신도시다. 바다가 땅이 되고, 7만여 시민의 보금자리로 변모하는 세월을 거쳐 어느덧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황무지와도 같았던 허허벌판은 이제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시흥배곧서울대병원(가칭), 경기경제자유구역 배곧지구를 품은 미래 도시로 성장했지만, 도시 탄생의 역사에는 물리적 시간이나 양적 팽창과는 견줄 수 없는 시흥시민의 숨과 땀이 각인돼있다. 그래서 배곧을 바라보면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수년 전 시흥시를 믿고 배곧에 터전을 마련한 시민들, 수십 년 전부터 이곳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온 분들 모두에게 말이다.
배곧신도시의 토대가 된 군자매립지는 본래 ㈜한화(당시 한국화약)가 화약 성능을 시험하고자 공유수면을 매립해 만든 곳이다. 그런데 공사가 진행되던 무렵 시민사회로부터 (주)한화 특혜 의혹과 매립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986년 8월, 공유수면 매립에 따른 개발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내용의 '공유수면 매립법 개정(안)'이 공포됐는데, 법 시행일을 하루 앞두고 ㈜한화가 매립 면허를 취득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화는 개정 이전 법에 따라 막대한 개발이익의 전부를 가져갈 수 있었다.
시민은 분노했고 행동했다. 1991년 1월, 고 제정구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50여 명의 시민이 시민대책기구 결성을 논의했고, 며칠 뒤 '한국화약 공유수면 매립반대 시흥시민위원회(이하 한반위)'가 발족됐다. 이때부터 시민의 땅을 지키기 위한 시민사회와 재벌기업 간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다. '한반위'는 군자매립지 반대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주민설명회를 열고 대시민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며 지역 사회의 뜻을 결집했다.
결국 1998년 8월 발족한 '군자매립지 개발이익 지역 환원 추진위원회'가 ㈜한화와 수차례 협상을 진행한 끝에 군자매립지 총 개발이익 중 일부를 토지로 시에 기부채납한다는 각서를 받아냈다. 2002년 시흥시와 ㈜한화가 최종 협약을 체결하며 247.935㎡(약 75,000평) 매립 토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풀뿌리 힘으로 일군 끈질긴 노력의 결실이었다.
이처럼 '한반위'를 중심으로 한 군자매립지 반대 운동은 시흥시 최초의 성공적인 시민운동이었다. 정치인, 종교인, 사회운동가, 일반 시민 등 신분과 소속을 초월한 각계각층이 권력형 특혜에 맞서 시흥의 땅을 지켜낸 유례없는 사건이다.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특수한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다.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불의에 대항한 순수한 시민운동 그 자체였다.
‘한반위’ 정신과 가치를 시흥 시민 모두에게 환원해야
이들의 정신과 가치는 반드시 기억되고 계승되어야 한다. 시흥시는 '한반위'의 활동과 성과를 돌아보고 그 뜻을 기리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시민의 업적을 시흥의 역사로 기록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부채납으로 발생한 토지 보상금은 시민을 위한 사회적 기반 시설 건립과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 사업 등에 활용하며 모든 시민에게 온전히 돌아가야 한다.
'한반위'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고 미래이다. 시흥의 터전을 지키고자 했던 평범한 시민들의 위대한 열정과 산물은 그 토대 위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 속에 계속해서 살아 숨 쉴 것이다. 잊지 않고 함께 기억하자. 잃지 말고 함께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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