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태주 '하교_시무7조'에 답한 조은산 "시덥잖은 감성, 굴복시키려 들지말라"

강선영 | 기사입력 2020/08/31 [06:44]
강선영 기사입력  2020/08/31 [06:44]
림태주 '하교_시무7조'에 답한 조은산 "시덥잖은 감성, 굴복시키려 들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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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조은산 블로그  © 주간시흥


[주간시흥=주간시흥 기자] '시무 7조'를 올린 '진인(塵人) 조은산'과 '시집 없는 시인'으로 알려진 림태주 시인이 답글을 주고 받았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세금, 인사 등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時務)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글이 올라왔다. 

 

상소문과 같은 문체로 쓰여진 이 청원은 공개로 전환된 지 하루 만에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훌쩍 넘겼고 31일 오전 5시 기준 40만명 가까운 동의를 받은 상태다.  

 

'시집 없는 시인'으로 유명한 림태주 시인은 지난 28일 '시무 7조' 청원에 반박하는 글인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를 올렸다. ‘시무 7조’가 신하가 임금에 올리는 상소문이라면 하교(下敎)는 신하가 올린 상소문에 임금이 답하는 형식의 글이다. 

   

림태주는 ‘시무 7조’를 향해 "너의 문장은 화려하였으나 부실하였고, 충의를 흉내 내었으나 삿되었다. 너는 헌법을 들먹였고 탕평을 들먹였고 임금의 수신을 논하였다"고 했다. 

 

이어 "언뜻 그럴듯 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 편파에 갇혀서 졸렬하고 억지스러웠다"며 “나의 진실과 너의 진실은 너무 멀어서 애달팠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직도 흑과 백만 있는 세상을 원하느냐. 일사불란하지 않고 편전(임금이 평상시에 거처하는 궁전)에서 분분하고, 국회에서 분분하고, 저잣거리에서 분분한, 그 활짝 핀 의견들이 지금의 헌법이 원하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너는 백성의 욕망을 인정하라고 하였다. 너의 그 백성은 어느 백성이냐.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탐욕에 눈먼 자들을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퉁 치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은산은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백성 1조에 답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림태주의 글에 재반박했다. 

 

그는 "도처에 도사린 너의 말들이 애틋한데 그럼에도 너의 글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안에 것은 흉하다"며 "감히 아홉의 양과 길 잃은 양, 목동 따위의 시덥잖은 감성으로 나를 굴복시키려 들지말라"고 일침했다. 

 

이어 "너의 백성은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며 "고단히 일하고 부단히 저축해 제 거처를 마련한 백성은 너의 백성이 아니란 뜻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나는 오천만의 백성은 곧 오천만의 세상이라 했다"며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보유율을 들어 삼천만의 백성뿐이며, 삼천만의 세상이 이천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고 비판했다.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부탁한다"며 "시인 림태주의 글과 나 같은 못 배운 자의 글은 비교할 것이 안 된다.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글을 평가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림태주를 향해 "건네는 말을 이어받으며 경어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한참 연배가 낮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용서해 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시집 없는 시인’으로 유명한 림태주는 1994년 계간 ‘한국문학’으로 등단했으나 시집은 내지 않았다. 시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로 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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