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청소년을 보듬는 ‘시흥시 여자 청소년 쉼터’

가출청소년을 바라보는 선입견부터 사라져야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10/01/24 [11:48]
주간시흥 기사입력  2010/01/24 [11:48]
위기 청소년을 보듬는 ‘시흥시 여자 청소년 쉼터’
가출청소년을 바라보는 선입견부터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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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가 늘어나는 가출 청소년들을 보듬기 위한 대안으로 마련한 ‘시흥시 여자 청소년 쉼터’는 벼랑 끝에 선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다시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이다.

현재 5명의 청소년들이 중·단기로 보호받고 있고, 월 평균 10명 안 밖의 청소년들이 쉼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렇듯 가정을 벗어나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쉼터의 기능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상담교사들의 높은 이직율과 열악한 재정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더군다나 가출청소년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보니 주변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아 쉼터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시흥시 여자 청소년 쉼터(소장 조현정)는 2008년 5월 시흥시로부터 쉼터 운영을 위탁받아 지금까지 많은 청소년들을 중·단기로 보호해 왔다.
가출, 해체가정, 방치, 학교폭력, 비행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거나 빈곤과 경제적 어려움 등의 다양한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복지기관이다.

2008년 이전에는 쉼터가 없어 가출청소년들은 인근의 안산이나 수원 등의 쉼터에서 보호해 오다가 점차로 늘어나는 수요에 따라 시흥지역에도 문을 열었다. 이곳 시흥청소년 쉼터가 문을 연 이후 아이들은 최소한 자기가 살던 지역을 벗어나는 위험만큼은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이곳 아이들의 가출배경은 다양하지만 이혼가정에서 시작해 편부모와 살다가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리를 헤매다 범죄에 노출되기도 하고 생존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방비 상태의 이들을 거리에 방치하지 않고 그나마 쉼터로 데려오기 위한 작업은 매일 밤 각 지구대를 중심으로 계속되어지고 있다.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몇 달간 지내게 되는 이곳 쉼터야말로 사회가 가출청소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인 셈이다. 만약 쉼터가 없었더라면 더 많은 가출청소년들이 비행과 범죄로부터 헤어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이곳으로 온 아이들 중 대부분은 가정으로 복귀하지만 다시 집을 나오기를 반복하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열일곱 살 김송이(가명)양은 작년 4월에 집을 나와 이곳에서 입·퇴소를 4번이나 경험한 청소년이다. 또래의 청소년들과 다름없이 해맑고 앳된 얼굴은 가출청소년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양은 2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할머니와 삼촌, 언니, 오빠와 함께 살다가 초등6학년 때 처음 집을 나온 경험이 있다.
 
그 이후로 여러 번 집을 나왔고 식당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고 고시원에서 지내다 쉼터로 오기를 반복했다. 때로는 감당키 어려운 일로 몸살을 앓기도 하고 죽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던 김양의 삶을 붙들어 주던 이들은 다름 아닌 쉼터의 교사들이었다. 무단 퇴소 한 김양에게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교사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쉼터에서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고등학교 검정고시도 통과하면 대학은 사회복지과로 갈까 해요. 선생님처럼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고 희망이 되어주는 일을 한다면 보람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누구보다도 그 아이들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이렇게 먼저 경험해 보았잖아요.” 하며 환하게 웃는다. “집나오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내가 정말 집을 나갔다가 나쁜 짓 안하고 떳떳하게 가족들 앞에 다시 나타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처음부터 나가지 말라고, 후회하지 말고 참고 대화로 풀 수 있으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라며 또박또박 힘주어 말한다.

조현정 소장은 “지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중·장기 쉼터를 한곳에 지정해서 세우거나 부지를 마련하는 일과 쉼터 교사들의 근무 여건을 감안해 사명감을 갖고 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일이 우선되어진다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 같은 가출청소년들에게 기성세대는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박경빈 기자 thejug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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