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껍질이 얇아 슬픈 단풍나무
올해 겨울은 눈을 보기가 어렵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날이 많아 햇빛을 보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이런 날이 많아 올해는 눈 대신 겨울비가 많이 내리는 것 같다.
철모르고 피어난 개나리 때문에 공원을 산책하다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마다 상처가 가득하다. 어떤 나무는 줄기가 가로로 쭉 찢어져 속살이 거의 드러난 나무가 있는가 하면 가지를 정리하다 오히려 가지를 제대로 자르지 않아 썩어 가는 나무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옆의 단풍나무들도 줄기가 세로로 갈라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렇게 갈라진 줄기가 터져서 상처가 나면 수액이 흘러내린다.
단풍나무 종류는 나무껍질이 얇고 수액이 많아서 이른 봄이면 동파되는 일이 잦다. 겨울보다는 봄에 동파 되는데 주로 그 방향이 남쪽이다. 햇빛이 많이 받는 남쪽은 따뜻할 텐데 왜 남쪽 줄기가 얼까?
냉동실에 찬물과 뜨거운 물을 넣으면 어느 것이 먼저 얼까? 찬물이 먼저 얼 거라고 생각하지만 뜨거운 물이 먼저 언다. 이것을 처음 발견한 탄자니아의 고등학생 이름을 따서 ‘음펨바 현상’이라고 한다. 갑자기 영하로 내려가는 꽃샘추위가 오면 남쪽 면의 물관이 따뜻하니 북쪽 면의 물관보다 빨리 얼어서 터지는 것이다. 꽃샘추위가 오는 봄이면 추위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도 힘들어 하듯 껍질이 얇은 나무들도 동파로 힘들어 한다.
단풍나무는 수액이 많고 단맛이 난다. 메이플 시럽이라 하여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설탕단풍나무의 수액을 이용하여 단맛을 띤 시럽을 만들기도 한다. 필자가 어릴 때 사카린이라 하여 인공감미료가 처음 나와서 어른들 몰래 입에 넣고 음미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처음 맛보던 단맛은 새로운 맛의 세계로 입문이었다.
설탕을 뜻하는 사카룸(saccharum)이라는 말은 네로 시대에 처음 등장하는데 당시 로마는 꿀이나 소금이라는 단어는 있었으나 설탕이라는 단어는 없었다고 한다.
네로 시절에 비로소 “인도와 아라비아 지방의 사탕수수로 만든 딱딱하게 굳힌 꿀의 일종으로 사카룸이라 부른다. 소금과 질감이 비슷하며 입속에서 쉽게 녹는다.”라고 적었다. 당시에는 사치품이나 귀한 약품으로 사용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로쇠나무는 이른 봄이면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몸살을 앓는다. 수액이 뼈에 좋아 ‘골리수(骨利水)라는 말에서 나무이름이 유래 했다고 알려져 있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로 나무에게는 시련이 닥치지만 이렇게 흐른 수액은 곤충들에게는 물이 귀한 초봄에는 귀한 생명수가 아닐까? 이렇게 자연은 순환이라는 고리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음으로써 공존하는 것이다.
/주간시흥기자, 숲해설사 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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