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끝자락을 물들이던 어느 날. 길거리에 원색적인 구호가 적힌 현수막들이 가을 단풍과 어울리지 않게 여기저기 나붙어 휘날리는 것이 화난 시흥 시민의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지정학적으로 이웃으로 살아온 안산시에서 시장을 비롯한 안산시의회, 그리고 정치적인 행보를 가진 몇몇 사람들이 이해의 이합집산에 따라 우리 41만 시흥시민을 가을 들판에 꽂아 놨다가 추수가 끝나면 뽑아 논두렁에 쌓아 놓는 거적때기 뒤집어쓴 허수아비쯤으로 보고 우롱하는 처사는 이웃사촌으로서 하는 행동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통합은 효율적 행정 및 지역개발이라는 명분에는 분명 필요성이 있다 본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선택이라 할지라도 상대와의 아무런 조율 및 상의 등등의 절차가 배제된 채 원하는 자들의 각본만 있으면 접수가 되는 이 정부의 시스템은 또 무엇인지 답답함에 앞서 궁금하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지역 간 통합이라는 그럴 듯한 정치적 논리에 인기영합이나 자기선전을 하는데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각기 다른 민족에 특수성 즉 문화 다양성이 주목받고 있는 시대다. 나라 안에서도 정서가 분별하게 나타나는 예로 경상도와 전라도의 정서만 봐도 국가의 역사를 가로지르지 않는가? 한때는 한 행정권으로 생활해왔지만 분리 된 후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안산과 시흥은 분명한 정서적 차이가 있다.
시 승격 20주년을 맞으면서 한층 성숙되어가는 시흥이다. 군자지구개발, 시화MTV, 뉴타운 등 각종사업을 자세히 모르더라도 옥구도에서 내려다보는 서해 바다가 좋고, 아침이면 갯골생태공원에 자전거타고 돌며 하루를 시작하는 상쾌한 기분, 뿐만 아니라 사통팔달 도로망으로 뻗어가는 대기만성의 도시 시흥에서 열심히 살고 싶은 생각이 가슴 깊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스무 살 피 끓는 청년은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조금은 서툴러서 되돌아 다시 갈 때도 있겠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정성들여 오를 것이다. 그래서 스무 살 청년 시흥엔 늘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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