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일이다. 어린나이에 결혼한 나는 2살, 1살 연년생을 둔 애기엄마였다. 남편은 장남이었고 안양이 시댁이라 일주일에 한 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시댁을 가야했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서 한참을 또 걸어가야 도착했던 시댁. 등에는 작은아이를 업고, 한 팔로는 큰아이를 안고, 또 다른 한손은 기저귀가방을 들고 그러고도 무슨 힘이 남아돌았는지 버스를 타야 됨에도 종종 그 먼 길을 걸어서 다니곤 했다. 그 당시 버스요금은 500원이었다. 그리고 어묵 2개도 500원. 이 500원이면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 어묵을 사 줄 수 있는데.... 버스를 타면 없어질 500원이지만 내가 조금 힘들어도 참고 노력하면 내 아이들이 입을 오물거리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먼 길을 스스럼없이 걷고 또 걸었다. 운동도 되고, 돈도 절약하고, 간식도 먹게 되고 1석3조라 생각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정말 행복했다. 그 때를 생각하면 미련하게 산 것도 같지만 그렇게 절약하며 산 덕분인지 결혼 4년 만에 우리 가족은 새 아파트로 입주를 했다. 다시 생각해도 가슴 뿌듯했던 기억이다. 지금도 가끔 힘들어질 때면 난 어묵 2개를 아이들에게 사주려고 걸어 다니던 그때를 생각하며 용기를 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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