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영원한 종착역 오이도(烏耳島)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09/06/15 [11:17]
주간시흥 기사입력  2009/06/15 [11:17]
마음속 영원한 종착역 오이도(烏耳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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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모 오이도역장     © 주간시흥
“오이도, 오이도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이들의 귓가에 늘 반갑게 들리던 이 한마디.

당고개를 출발한 4호선, 자리에 앉기만 하면 마음 탁 내려놓고 잠들어도 되었던 그 이유는 바로 종착역 오이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쁜 걸음으로 떠났다가 지친 일상을 짊어진 채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종착역, 오이도역.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되어 돌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던 오이도역.
어디 그뿐이랴. 종착역이었기에 언제라도 앉아서 갈 수 있는 특혜를 누리기도 했던 그 역.
우리나라에 많은 역 이름이 있지만 여의도 말고는 섬 이름을 가진 역 또한 오이도역뿐이다.

‘지하철로 갈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섬’이라는 애교스런 별칭도 가진  오이도 라는 이름을 역 이름으로 사용하기 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오이도 역사가 세워진 곳의 지역적인 이름은 원래 ‘함(咸)줄’이었다. 그러다 줄이라는 글자를 한자의 현(絃)으로 바꾸어 지금의 함현(咸絃)으로 정착하게 된 셈이다.
 
함현마을 사람들은 역 이름을 함현역으로 하길 강력하게 원했으나 우리지역에 알릴만한 곳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명소로 손꼽히는 오이도를 역 이름으로 쓰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이도라 짓길 백번, 천 번 잘했다는 생각이다.

수도권의 젊은이들 사이에 지하철 4호선으로 무박2일의 여행이 유행처럼 번져 있고, 주말이면 외부인 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그런 소중한 오이도 역이 2000년 7월28일 개통한 이래로 올해 만 9살이 되었다. 
정왕동을 떡하니 지키고 서있는 믿음직한 종착역 오이도의 오늘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이들의 노고가 숨어있다.
새벽 첫 차가 역을 떠나는 순간부터 마지막 밤차가 들어올 때 까지 역무원들은 긴장을 놓지 못한다. 뿐만 아니다. 12시간씩 2개조로 근무하다 보니 피곤함을 매일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1     © 주간시흥

 
어쩌다 매표소에서 무임하려는 노인과 실랑이라도 벌이는 날이면 평소보다 더 힘이 든다. 늦은 밤 역 구내의 노숙자들이나 지하철 안에서 잠든 취객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는 일은 아예 일과가 되어버렸다. 매일 매일 많은 사람들을 실어가고 실어오는 지하철의 움직이는 소리만 들어도 이상을 알아차릴 만큼 베테랑이 된 역무원들은 교대시간 후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에 푹 빠져, 승객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그런 습성마저 생겼다.

평소 하루 1만1천 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고, 지하철 4호선의 종착역이던 오이도역은 이제 2011년이면 인천과 수원을 연결하는 수인선 복선전철의 1단계 사업으로 인천 연수구 송도역과 연결될 계획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우리에게 종착역으로 남겨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더 많은 이들이 오이도역을 찾겠지만 그동안 우리에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여유를 주던 종착역으로써의 오이도 역은 이제 지나쳐야 할 역이 될 운명에 놓였다.

지하철에 무작정 몸을 맡기고 고단한 하루를 기대어 잠들던 이들이여, 이제 천천히 습관을  바꿔야겠다. 2년 후면 낯선 역에서 잠 깨어 당황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 박경빈 기자thejugan@hanmail.net

 

 

▲ 오이도역사     © 주간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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