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作品感想
작품해석 추연순 취재국장
일반적으로 동양화에서 산수화라 함은 자연현상과 경관을 소재로 그린 그림을 의미한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 들면 산수화는 관념산수와 실경(진경)산수로 나뉘어 구분해 볼 수 있다.
문인화들에서 종종 볼수 있는 산과 강 들녘의 멀리 산사가 보이는 오솔길이나 징검다리 같은 정형화된 형식을 직접보지 않고 상상으로만 그리는 것이라면 관념산수의 영역이겠으나 진경 혹은 실경산수는 직접 가본 곳이라야만 하며 직접 가본 곳을 상상하여 그렸다 하여 실경이 아닌 관념산수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기에서 굳이 실경과 진경을 해보자면 실경은 있는 그대로 그리는 거라면 진경은 거기에 예술적 가치와 기교를 담은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대부분의 미술작품에서 산수화는 진경이지만 관념산수와 실경산수를 구분하는 이유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로서, 우리나라에서 조선중기 이전의 그림들은 대체로 중국의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산수화관의 영향을 받아 정형화된 형식대로 책을 보고 직접 베끼는 방식의 관념산수 영역이었다면 조선 초·중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실사구시의 시대적 반영에 따라 관념산수의 자성과 비판으로부터 현실을 반영하고 생기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실경산수의 영역을 개척했다.
이러한 조선산수화의 영역은 크게 유행하고 확대된 조류를 형성하여 동국진경이라고 했으며, 중국과 일본에서는 〈조선산수화, 신조선산수화〉라는 독립된 작품영역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관념과 실경산수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자면 방대한 양의 소개가 필요하겠으나 오늘 시흥비전포커스의 좁은 지면을 통해서는 간단히 우리나라 관념산수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겸재정선의 대표작인 ‘금강전도’를 소개해보고 마지막에 실경산수 영영에서 우리 시흥의 풍경을 꾸준히 그리며 ‘점경인물풍경화’라는 집중한 개척한 정은경 작가의 작품한점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 안견 몽유도원도 그림 이미지 삽입, 세로 38.7㎝, 가로 106.5㎝ © 주간시흥 |
|
지금 소개할 이 작품은 대표적 관념산수화 『몽유도원도 : 안견』로 1447년 4월 20일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이 도원을 꿈꾸고 나서 안견에게 설명하여 3일만에 그린 걸작으로 시대적 대가인 안견의 실력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그림이 시대를 초월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까닭은 작품속에 들어간 표현기법 때문이다.
옆으로 길게 그려진 이작품을 전체적으로는 왼편 하단부로부터 오른편 상단부로 대각선을 따라 전개되는 형태로서 좌측, 우측 2등분 해서 잘 살펴보면 좌측의 경우는 현실세계 반영으로 중앙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선처리지만, 우측의 도원의 세계는 이상향으로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듯한 시각처리로 부감법을 적용해 좌측 현실세계는 좁게 보이는 반면, 우측 이상향인 도원의 세계는 산으로 둘러싸였으면서도 넓은 도원이 한눈에 보이도록 성공적으로 담아내어 웅장감을 보이는 모습이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또한 좌측 현실세계는 부드러운 흙산(土山)으로, 우측 도원세계는 기이한 바위산(巖山)으로 그 차이가 현저하다.
▲ 겸재 정선 금강전도 그림 이미지 삽입, 세로 130.7㎝, 가로 59㎝ 호암미술관소장 © 주간시흥 |
|
이 작품은 진경산수의 대표적 걸작인 『금강전도 : 겸재정선』로 겸재 정선이 많은 금강산 그림을 그렸지만 대표작으로 가장 유명하다.
이 작품은 부감법을 사용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이 조감도적으로 전체적인 원형구도를 이루고 있어 좁은 지면에 넓은 공간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작품성을 높였으며, 좌·우를 눈여겨 보면 토산에 보이는 준법과 미점들은 습윤하고 부드러운 반면, 암산에 보이는 수직준은 강하고 활달하며 대조적인 표현과 배치가 돋보인다.
농묵의 나무 표현과 암산의 골기(骨氣)를 강조해주는 담채(淡彩) 효과는 정선 진경화법의 진수를 압축해놓은 것으로 그의 금강산 표현양식과 화법의 특징을 보여주어 그의 회화세계는 18세기 진경산수의 유행을 가져왔고, 많은 화가들이 그의 화풍을 따르게 되어 겸재파 또는 정선파로 불리는 일파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렇듯 진경산수는 그냥 단순히 직접 가본 곳의 산수를 그려 놓았다고 해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걸맞은 미학과 소재, 화면구도, 표현기법 따위의 독창적인 화법이 드러나야 한다. 바위나 나무를 그리는 방법, 산이나 강물 따위를 표현하는 독특한 형식의 붓질과 기법, 채색법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끝으로 시흥시의 실경산수화가 정은경 작가의 점경인물풍경화 한점을 소개하며 이번 호의 문화가산책 작품세계를 마치고자 한다.
▲ 댕기 정은경 작가의 점경인물풍경 ©주간시흥 |
|
이 작품은 『전기배 : 정은경』주제의 작품으로 시흥시 소재 물왕호수에 전기배가 들어오는 상황을 그린 그림이다. 정은경 화가는 오랫동안 꾸준히 시흥풍경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왔으며, 아직까지 그린 시흥시의 풍경만 해도 100여 작품에 달한다. 한지에 석채를 이용한 정은경 작품의 특징은 실제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내면서도 사생 당시에 화가의 풍경 안에 직접 등장하는 사물·생명·이웃들의 모습을 담아내어 생동감과 무한한 상상력이 깃든 스토리를 같이 선물한다. 그 때문에 정은경 작가의 작품은 자세히 살펴 들여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멀리서 보면 근사한 한폭의 산수풍경이고,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 주민들이 보일 듯 말 듯, 그러나 선명하게 마치 원래 고유한 작품 속 풍경인냥 녹아들어 있다.
요즘처럼 빠르게 개발되는 시대에 자신이 그렸던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사라졌을 때 느끼는 소회가 남다르다고 말하는 정은경 작가의 작품은 멀지 않은 미래에 시흥역사기록의 가치로도 평가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