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실을 나가자고 꼬신다
가로등보다도 너를 더 밝혀줄 수 있다고
비가 오는데 우산은 필요 없다고 한다
꽃비를 그냥 그대로 맞으라고
그래 알았어
하루를 미루고 또 하루를 미루었다
미세먼지도 뜸하고
황사도 뜸하다고
그제서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밤마실을 나간다
혼자서도 환하게 밝히던 그 꽃송이가
바람에 흩날리던 꽃잎도
길바닥에 몇 개 널부러져 있을 뿐
밤마다 은밀하게 불러내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갔는가
아, 짧디짧은 봄
제대로 못 봄
글, 사진 오안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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