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일마을, 새미마을 등등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시흥의 자연마을들이 새로운 아파트 단지의 개발에 밀려 거의 사라져가고 이젠 지명유래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처음 마을에 처음 정착을 시작할 때는 커다란 느티나무를 먼저 심는다. 느티나무는 따로 시설을 하지 않아도 나무 아래 자그마한 제단 하나만 놓으면 이런 당제(堂祭)를 올릴 수 있는 당산나무가 되기 때문이다. 여름 농사철이면 한낮 더위를 피해 잠시 막걸리도 마시고 낮잠으로 쉬는 정자나무가 되기도 한다.
시흥9경중의 하나인 군자봉선풍의 주인공인 군자봉 정상의 커다란 느티나무는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군자봉성황제를 매년 치루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로 우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조선 세종조 영의정을 지낸 하연선생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오기도 한다. 하우명 효자정각 뒤에 있는 현재의 느티나무는 하연선생이 직접 심어 놓았던 느티나무의 3세에 해당한다고 한다.
싹이 늦게 튼다하여 ‘늦틔나무’에서 ‘느티나무’로 또는 어릴땐 별로 멋지지 않은데 늦게야 티가 난다고 하여 느티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는 누런회화나무 즉 ‘눋회나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한자어로는 괴목(槐木)이다.
느티나무는 씨앗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이동방법이 특별하다. 바람을 이용하는 씨앗들은 대게 날개나 털로 바람을 타는데 느티나무는 잎을 날개삼아 씨앗이 멀리 이동한다.
대부분의 느티나무 잎은 짝궁뎅이인데 열매가 달린 잎은 대칭이다. 크기도 일반 잎보다 조금 작아 잎이 달린 채로 가지가 뚝 떨어져 바람에 날아간다.
날개를 만들지 않고 잎을 이용해 날아갈 생각을 하다니 대단히 영리한 나무이다.
/숲해설사 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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