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 국감에서 김성호 국정원장이 국정원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힌데 이어 최근 여당 의원들이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잇달아 제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국정원=안기부(중정)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지라 정치관여’와 ‘민간인 사찰’ 의혹을 들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확실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현행 국정원법은 그간 십여 차례나 개정되기는 했으나 군부독재ㆍ권위주의 정권시절의 중앙정보부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급변하는 시대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안보현실은 전통적 안보 범주에 속한 군사ㆍ외교 분야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가의 존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테러ㆍ경제ㆍ환경ㆍ에너지ㆍ질병 등)들에 의해 시시각각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新국가 발전전략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바로 단적인 사례이다.
또한 세계화ㆍ개방화 물결로 인해 국가안보 위협요인이 다원화되고 있는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정원 역시 이러한 ‘포괄적 안보 개념’에 입각한 전 방위적 정보활동을 적극 펼쳐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행 국정원법은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 활동으로만 직무 범위를 지극히 제한하고 있어 시대가 요구하는 ‘정보활동’을 수행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라도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법적인 지위와 역할을 확실히 보장하여 新개념의 정보전쟁 속에서 국가안보와 국익을 담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줌이 바람직하다. 이미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법에 명백하게 금지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정원이란 사람의 얼굴에는 그동안의 업보로 인해 ‘정치개입ㆍ인권침해 상습범’이라는 낙인도장이 찍혀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중정에서 안기부로, 안기부에서 국정원으로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과 시도가 있었다. 최근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새 원훈을 제정한 것도 그 일환으로 생각한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성공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한 사례들은 밝힐 수 없는 반면 실패 사례가 부각되어 부정적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각인된 것도 참작되어야 한다. 이번 국정원법 개정 노력은 새로운 정보환경에 직면하여 오로지 국가안보와 국익 수호의 대변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컴퓨터 성능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듯이, 국정원법을 최신으로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 국정원도 업그레이드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 역시 아날로그적 행태(정치사찰ㆍ인권침해)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디지털 정보활동(국가안보ㆍ국익관련 전 분야 망라)에‘올인’해야 되겠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국민들은 국정원에 대한 투자자이다. 그런 만큼 눈에 불을 켜고 그 활약을 지켜볼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은 건전하고 투명한 정보활동을 통해 투자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자 이제 배팅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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