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부인 (2)

주간시흥신문 | 기사입력 2008/11/24 [14:03]
주간시흥신문 기사입력  2008/11/24 [14:03]
수로부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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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부인 일행은 절벽위에 핀 꽃을 꺾어 바친 사건이 지난 뒤 이틀을 편히 가다가 임해정에서 점심을 들고 있는데 갑자기 용이 나타나더니 부인을 끌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순정공은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는데 한 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 했으니 용인들 어찌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주변의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지팡이로 기슭을 두드리면 부인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을 하여 순정공이 그대로 했더니 용이 부인을 모시고 나와 바쳤다.
이때 부른 노래를 해가(海歌)라고 하는데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놓아라.

남의 아내를 약탈해간 죄 얼마나 큰가?

네 만약 거역하고 내다 바치지 않으면

그믈을 쳐 잡아 구워먹으리라.

부인이 나오자 궁금한 순정공이 바다 속의 일을 묻자 부인이 대답하기를 “칠보궁전이었습니다. 음식은 달고 매끄러운데다 향기롭고 정결해 인간의 것이 아니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부인의 옷에는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이상한 향기가 배어 있었다. 그 뒤로도 수로부인은 빼어난 미모 때문에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차례 신물(神物)에게 붙들렸다.


신물이란, 귀신이거나 바다의 용이라든가 깊은 산의 짐승이거나 큰 못에 사는 구렁이 같은 영물을 뜻한다. 이들은 아마도 그 지역을 지배하던 세력가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말대로라면 수로부인은 강릉으로 가는 도중에 지역의 세력가들에게 잡혀가 번번이 욕을 보았다는 얘기가 된다. 순정공은 자기 부인이 세력가들에게 잡혀가 번번이 욕을 보았음에도 제대로 말도 못하고 상황이 어땠느냐고 천연덕스럽게 물어볼 정도였다.

 

또한 수로부인도 여러 지방의 세력가들과 잠을 자고 와서도 이를 태연하게 말하고 있다. 이는 순정공이 지독한 공처가이거나 아니면 수로부인이 순정공이 어쩌지 못할 정도로 지위가 높은 여인이었거나 강릉태수 정도로는 감당이 되지 않은 세력가들이었다는 뜻이 된다. 이때는 신라 제33대 성덕왕대의 일로 성덕왕은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의 손자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하기는 했지만 성덕왕 대에 이르러서도 지방의 세력들을 완전하게 장악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 때문에 강릉지방의 태수로 부임하는 정부 관리인 순정공의 부인을 지방의 세력가들이 욕보일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해가>만 해도 김수로왕이 김해를 처음 점령할 때 사람들로 하여금 구지봉에서 부르게 한 <구지가>의 패러디이다.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과 수로부인의 이름이 같다는 것은 수로부인이 몰락한 가야계의 왕족 출신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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