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와 금수저 사이에 은수저나 놋수저, 스테인레스스틸 수저는 없는 것일까? 마치 흰색 아니면 검정색인 것처럼 국민 전체를 이분법으로 갈라놓는 세간의 행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들의 이야기꺼리를 꼽는다면 군대시절 추억담과 더불어 삼국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나도 중학생일 때 삼국지를 처음 읽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두터운 분량이기에 60년 가까이 같은 책을 읽고 있을까 의아하게 여기는 분들도 계시라라. 이유인 즉 60년간 틈만 나면 또 읽고, 기회가 되면 다른 번역자 삼국지를 읽다보니 도대체 몇 번이나 읽었는지 나 자신도 모른다. 짐작으로 가름한다면 한 스무 번이나 될까?
삼국지 속에는 수많은 인물이 주연이나 조연, 단역으로 등장했다 사라진다. 그런데 유독 짐승 한 마리가 조연급으로 등장하는데, 태어나 이름 없이 살다가 죽는 사람이 일일이 설 수 조차 불가능하던 시절에 이름 석 자를 버젓이 얻어 피와 살이 튀는 전장을 누볐으니, 이름하야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적토마’이다.
요즈음 경마장에서는 우승 했건, 매 경주마다 꼴찌를 밥 먹듯 했건 모든 경주마에게 멋진 이름이 부여된다. 적토마란 정도의 마명(馬名)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화려한 이름들이 즐비하다. ‘비마’니 ‘청용’니, ‘번개’ 등등. 상상을 초월하는 외국어 이름도 허다하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라는 말이 있고 보면 이름도 못 남긴 사람은 말보다도 못한 존재가 된다는 걸까?
‘금수저’, 니 ‘흙수저’ 하는 말들이 얼마 전부터 세간에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반면 ‘개천에서 용 난다’ 같은 속담은 ‘금수저’, 니 ‘흙수저’ 말에 눌려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세태가 고스란히 발가벗겨지는 것 같아서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천리마와 노새의 본질은 무엇일까 들여다보자. 우선 능력이나 역할을 따져봄이 타당할 것 이다. 천리마는 폭발적인 순발력이 주특기인 반면, 느리지만 꾸준히 움직이는 지구력은 노새의 장기라 할 것이다. 용맹을 떨치는 관운장에게는 날랜 천리마가 제격이고, 무거운 군량을 잔뜩 지고 뚜벅뚜벅 걷는 짐말로는 노새를 따를 수 없으리라. 결국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서로 다른 능력을 갖고 있을 뿐이다.
개개인은 모두 온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이다. 어느 누구도 적어도 70억분의 1이 되는 인격체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 그 자체이다.
이제는 내 안에 잠재된 능력이 어떤 것인지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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