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나 지금이나 세금과 군역은 나라를 다스리는 주요한 두 축이다. 세금이 잘 걷히지 않고 불법적으로 군역을 피할 때 국가는 점차 생명력을 잃어가게 된다. 국가에서는 세금의 징수와 군역의 부과를 위해 마을 단위의 총액할당제를 실시했다. 이것은 국가에서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받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향촌사회가 안정되었을 때 그 역할을 수행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법보다는 그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었다.
마을의 수령은 왔다가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아전은 그 지방에서 향리직을 세습하면서 지방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수령의 입장에서도 중앙의 고위관료들에게 뇌물을 써서 내려왔으니 본전 이상을 뽑아야만 했다. 만의 하나 청렴하고 결백한 수령이 있다하더라도 포악한 아전들이 수령이 부임하는 날 밤 처치해버리고 처녀귀신이 나타나 죽였다고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수령들은 기가 죽어 그 지방 행정에 밝은 아전과 한통속이 되어 백성들을 괴롭혔다.
수령과 아전들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백성들은 수령의 공을 영원토록 잊지 못하겠다는 선정비까지 세워주어야만 했다. 그 비에는 백성들의 피눈물이 배어있었다. 원래 선정비란 수령의 공에 감복하여 눈물을 흘리며 세운 비라하여 타루비아고도 했지만 조선후기에 세워진 선정비는 원한의 눈물이 뿌려진 타루비였던 것이다.
수령과 아전들은 전결을 가지고 별의별 농간을 다 부렸다. 묵은 토지를 늘 경작하는 토지로 만들어 세금을 거두는 진결, 토지를 대장에서 누락시켜주는 대신 뇌물을 받는 은결, 빈 터를 토지대장에 올려놓고 세금을 강제로 징수하는 백징, 허위로 토지 결수를 조작하여 세금을 징수하는 허결 등이 있었다. 이와 더불어 결손의 보충을 명목으로 거두는 가승미, 곡식을 쥐가 먹었거나 썩었다는 구실로 거두는 곡상미, 서울 창고에 곡식을 납부할 때 구 사무를 맡은 청부인의 보수로 징수하는 창역가, 납세의 수수료인 작지, 세무관청 담당 관리에게 주는 인정미등 매우 다양했다.
군포의 부과 방법도 가지각색이었다. 황구첨정은 어린 아이를 군적에 등록시켜 군포에 부과하는 것인데 심한 곳은 생후 3일 된 갓난아이까지 등록된 경우가 있었으며 죽은 사람에게 까지 군포를 물리는 백골징포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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