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장 김용일
조나라의 사자에게 사정을 들은 항우는 당양군 경포와 포장군을 불러 말하기를
“당양군과 포장군은 군사 2만을 거느리고 먼저 조나라로 가 거록을 구하시오. 적은 대군이니 힘으로 맞서 억지로 싸우지 말 것이며 반드시 이기려 하다가 군사를 잃는 일이 있어서는 인될 것이오. 다만 초나라가 구원을 왔다는 것만 밝히고 군세를 보존한 채 기다리면 내가 대군을 이끌고 가서 장함과 자웅을 겨룰 것이오!”
항우가 이렇게 명을 내리자 경포와 포장군은 다음 날로 군사를 몰아 북쪽으로 떠났다.
그 뒤로 진 이세 황제 3년 12월 항우는 장함의 대군에 에워싸여 위태로운 거록을 구하기 위해 군사 5만을 이끌고 장하를 건넜다. 강을 건너자마자 항우는 군사들을 모아 놓고 소리쳤다.
“타고 온 배는 모두 부수거나 바닥에 구멍을 뚫어 강에 가라앉혀 되돌아 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 싸움에 지면 죽음뿐이니 돌아갈 배가 무슨 소용이랴. 싸움에 이겨 거록을 구해도 마찬가지이다. 진군을 뒤쫓아 서쪽으로 가서 함양을 치고 포악한 진나라를 뒤엎을 것이니 돌아갈 배는 쓸모가 없다.
그리고 군량은 사흘치만 남기고 모두 버려라! 장함에게 지면 곡식을 먹을 목숨이 붙어있지 않을 것이요, 이겨 조나라를 구하면 조나라의 곡식을 먹을 것이니 여러 날을 무겁게 군량을 지고 다닐 까닭이 무엇이냐? 국과 밥을 짓는 솥을 모두 깨버리고 막사도 불살라 버리도록 하라! 또한 싸움에 이기지 못하면 먹이고 재워야 할 몸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요, 이기면 진나라의 솥과 시루를 빼앗아 음식을 만들고 그 막사에서 자면 된다.”
이른바 상옥추제의 계를 사용한 것이다. 높은 누각에 올라간 다음 사다리를 치운 것처럼 모두를 버리고 필사의 각오를 하게 하여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이 기세를 몰아 항우는 거록에서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